소고는 아까의 진지한 표정과는 정반대인 썩은 표정으로 비웃었다.

"댁이 제일 쓰레기라는거네요, 망할 히지카타." -소고

"죽고싶냐 쓰레기 2호." -히지카타

소고는 그의 짜증을 들은 채 만 채
본 채 만 채 하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두번째로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이 주변 어디에서도 혈흔이 남지 않았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혈흔은 피해자의 것이 아니다. 바로 가해자의 혈흔.
생채기가 났을 법도 한데, 피해자의 검에서 피해자 이외의
혈액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까지 치밀한 걸 보면, 아마 그자도 살인청부업자나 꽤나
이런 일에 능숙한 자일 것이라는 결론 뿐.

"이런 사건 따위에 움직일 수 없단 말이다....."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머리를 손으로 살짝 누르며
쳇하고 짧게 혀를 찼다.
이런데에 시간낭비할 수는 없다.
무장경찰인 자신이 사적인 일로 망설이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쯤은, 그도 알고있다.
그러면서도, 어째서 나는.
그렇게 담배를 잘근 씹는 그를 보던 소고가 그를 향해 외쳤다.

"사건 따위라뇨. 근무태만이냐? 히지카타 요녀석아-" -소고

"너야말로 근무태만이다, 이 자식아!
당장 시신 수습하고 대원들 철수시켜!" -히지카타

소고는 건성건성 대답을 하며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가
시신수습을 제일 먼저 명령하고 철수명령을 내리기 위해 말했다.

"어- 이. 히지카타씨가 근무태만이라서
이만 철수하라고 하는데-" -소고

"어디서 구라야, 이 자식아!!" -히지카타

"예? 뭐라구요? 그러니까 부장은 저보고 하라구요?
그럼 저야 고맙죠. 그 의미로 죽어, 히지카타!" -소고

소고는 히지카타 쪽에 바주카를 한 번 날리고선 대원들을 철수시켰다.
히지카타가 간발의 차로 피한건지
소고가 있는 쪽으로 달려와선 그대로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소리와 윽박에
소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두 귀를 막았다.

"너야말로 죽어, 임마!" -히지카타

"진정하세요, 히지카타씨." -소고

"진정이고 나발이고 네 녀석 이거 기물파손이거든?!
엄연한 기물파손이라고?!" -히지카타

소고는 히지카타가 멱살을 잡았던
손을 풀자 그제서야 귀를 막고있던
손가락을 빼고서 나지막히 말했다.

"..........사라졌네요. 쳇" -소고

"쳇은 무슨 쳇이야 임마! 너 때문에 애꿎은
건물 기둥만 사라졌잖냐!" -히지카타

"그런 의미가 아니라구요." -소고

소고는 아까의 시큰둥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그와 정반대인 조금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히지카타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굳은 표정을 풀지 않고서 순찰차로 향했다.

"야! 야 임마 소고!" -히지카타

히지카타가 짜증을 내며 불러도
소고는 끝내 먼저 차를 타고 둔영으로 돌아가버렸다.
히지카타는 담배를 땅에 떨어뜨려
발로 지져 꺼뜨린 뒤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화에 못이겨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 자식이........!" -히지카타

그렇게 땅을 박차고 가려던 순간,
히지카타는 잠시 멈칫했다.
짜증으로 인해 일그러져 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리더니
이내 미간이 조금 좁혀졌다.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히지카타는 뒤를 힐끔 보더니
이내 아무말없이 몸을 돌려 남아있던 순찰자로 향하는 그다.

"착각, 이었나......." -히지카타

그 순간 그의 등을 훑고 지나가는 것은,

"무슨......?!" -히지카타

예리하고 차가운 칼날의 오싹함-

기대하던 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