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
아까 뺨을 맞아서 예전 상처가 터지기라도 한 걸까.
입안에 고였던 검은 피를 이제서야 뱉어내었다.
온몸이 찝찝하고 기분이 드러웠다.
내 주위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쓰러져있는 시체들을 보니 역겨웠다.
"더럽게........"
바람이 다시금 인다. 흘러가는 구름에 숨어있던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어둠 속에 숨기고 싶었던 보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생채기로 인해 약간씩 옷에 묻은 마치 먹물과도 같은 검은 피.
그리고 내 몸에 엉겨붙은 검은 피보다 더 많은 양의 붉은 피.
역겨웠다. 너무나도 진한 이 피비린내가.
'돌아. 가야하는데.'
다시 돌아가서 자고 일어난 뒤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을 보고.
또 듣고. 웃고. 행복이라는 것을 느껴야하는데.
'돌아. 가고싶은데.'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평화롭게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데.
내가 희생해도 좋으니까, 더 이상 나를 혼자두지 않았으면 하는데.
'돌아.... 갈 수가. 없다.'
그런데 안되잖아. 나는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억울함과 슬픔에 사무쳐 이를 으득 문다. 끝내 참던 눈물이 차올라 흘러내렸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랑을, 평화를, 온정이라는 것들을 아예 알지 못했더라면.
그랬더라면 혼자라는 고독의 두려움도 아예 알지 못했을텐데.
처음 혼자였을 땐, 외로움보단 분노가 사무쳤지만
그녀를,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나선 혼자있는게 사무치도록 그리웠으니까.
"왜........"
그저 돌연변이었던 꼬마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하려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알려고 들었으나 끝내 완전히 깨닫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는지.
나는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왜.....! 왜 나는 안되는건데!!"
사랑해요. 사랑했어요. 사랑해주세요.
사랑하면 안되나요? 왜죠? 왜 나는 안되는 거죠?
아파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이곳이 아프면 약도 듣질 않고,
그 무엇으로도 치료할 수가 없단 말이에요.
알았어요. 사랑하지 않을게요. 사랑하지 않을거에요.
그렇게 수십번을 상처입고 또 생각해왔다.
"흑....... 크흡......."
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차라리 나도 감정이 무뎠으면. 이렇게까지는-
"
(-) - " -쇼요
그 때였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었던 공기를 갈라놓았다.
나는 눈물을 그치고서 발을 떼어 그쪽으로 내딛었지만,
"........."
이내 그 자리에 다시 멈추고 말았다.
저들이 내 이런 모습을 본 뒤에도, 저런 따뜻한 목소리로 날 불러줄까.
선생님은 나의 이런 모습을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싸안아주셨다.
하지만 나는 또 이런 모습. 실망하실 것이, 뻔하다.
'나도 이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싶어.'
여기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 죽음이라는 돌파구를 나는 잘 알고있다.
하지만 죽음이란 곳에서는 고통도 슬픔도 없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행복도 희망도 없다는 걸 알기에. 망설인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죽을 수 없다. 어떻게든 살아서,
그 자를 이 손으로 반드시-
그 피의 비린내와 뜨거움은 대지에 흩뿌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