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린다.
그 변함없는 목소리에 나는 눈물자국과 핏자국도 감추지 못한 채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얘들.... 아......."
그것이 얼마나 경솔한 일이었는지를.
왜. 왜 너희들까지 여기있는거야.
"(-)......." -긴토키
안돼. 보지마. 제발 보지 말란 말이야.
"너......!" -신스케.
그런 눈으로, 나를 더 이상 보지마.
생각이 나버린다고.
"너..... 대체......" -카츠라
돌연변이인 나를 경멸하고 또한 혐오하던 자들의 그 눈빛과,
순간 겹쳐보이는 세명의 눈빛에 나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내게 무어라 말씀하시며 손을 내미셨지만,
나는 그 손길에 흠칫하며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싫어.......'
이젠 그 내미는 손마저 무서워진다.
언제 놓을지 모르는 손은, 애초에 잡으면 안된다는 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이 거짓말 투성이인 몸은.
'싫어.........!'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타이치. 그의 말이 귓가를 맴돌아 날 미치게 만든다.
「감정따윈 필요없어. 그저 어느쪽이 죽느냐가 결정될 뿐이다.
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있겠지.」"이젠 싫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상처와 피투성이인 몸을 피신시킨다.
속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상처입는 건 이젠 싫어....!
"헉..... 헉........"
시냇물에 의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자,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검을 꽈악 안은 채 숨을 죽인다.
그림자라고도 불리우는 우리들. 진짜 그림자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다.
"(-)!" -쇼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왜. 대체 왜인겁니까. 꼭 이렇게 날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시겠습니까?
더 이상 제가 기대하게 하지 말란 말입니다.
"상처가..... 걱정했습니다.
자, 어서 이쪽으로...... " -쇼요
"괴물."
내가 딱 잘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뱉자 네 명 모두가 멈추었다.
눈물이 다시 흐른다. 상처난 볼에 맺혀있던 검은 피가 눈물에 섞여 흐른다.
"괴물이라 생각하잖아. 사람을 간단히 죽이고,
인간과는 다른 피를 가진 나를, 괴물이라 보고있잖아."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니야. 아니야. 그들은 날 괴물이 아닌 (-) 그 자체로 보고있다.
그걸 알면서도 이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에.
입아. 말해라. 제발 내 진심을 말하란 말이야. 괜한 자존심 세우지 말라구.
필요해. 필요하단 말이야. 너희가, 너무 필요하단-
"이 바보가!" -긴토키
달 아래에, 달과 같은 은빛의 머리칼과 적안을 가진 아이가,
어느새 내 앞으로 와선 손을 뻗는다.
그리고 눈물에 젖은 고개를 완전히 들었을 때 내 곁에 있는 건, 내 손을 이끄는 세 명과
변함없는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그분.
"돌아가자!" -긴토키, 신스케, 카츠라
또 다시 너희는 내게 손을 내민다. 혼자였던 그 봄날에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이 손에 닿은 그 온기는, 진짜다.
손에 묻힌 피의 온기가 아닌, 사람의 온기.
그들의 눈빛은 혐오따위가 아니였다. 내게 상처를 줄까봐 그랬던 것이다.
이젠 알겠어. 상처를 입는 건 누구나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러기에.....
"응......!"
이렇게 소리치며 눈물짓는 이 순간이, 더욱 값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