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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계단을 내려갔을까.
긴토키는 지하로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엄습해오는 어둠과 차가움에 점점 불안해져 발걸음이 빨라져만 갔다.

'이쪽은 보초가 없는건가......'

보초가 이렇게도 없다면 진작 그녀는 탈출했을 것이다.
갇힌 곳의 문이나 쇠창살 정도는
계속 있는 힘껏 부딫히면 그녀의 힘으로는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없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생각에 더욱 초조해져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치....칩입자가 들어왔.....! 컥........!" -귀병대1

모퉁이에서 사람하나가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귀병대의 양이지사. 긴토키는 그대로 한손으로
그 입을 막은 뒤 세게 쥐며 살기를 실은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하라고. 죽기 싫으면." -긴토키

그는 그리고서 그녀가 갇혀있는 곳을 물었다.
잡힌 녀석은 아마 이 아랫층일 거라면서
긴토키가 놓아주자 부리나케 도망갔다.
평소같으면 화가 치밀어 베었겠지만,
더 이상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이 배와 귀병대의 배는 에도에 점점 가까워져갔다.

"젠장......!" -긴토키

긴토키는 복도에 늘어선 방의 철문들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는 창고인 듯 했다. 여기에 보초는 전혀 없다.
적어도 가뒀다면 보초는 있어야하는데.

그렇게 얼마나 뒤졌을까. 저쪽 끝의 복도에 금이간 자국이 보였다.
저번 탈출시도 때 카무이와 싸우다 생긴 자국.
물론 그것을 긴토키가 알리는 없었지만.

'문이 조금 찌그러져 있어......' -긴토키

긴토키는 약간 찌끄러져있는 문을 보더니 갑자기 눈을 번뜩하고 떴다.
그리고는 이내 목도을 치켜들고서 문을 부숨과 동시에 박차고 들어갔다.

쾅하는 굉음이 울리고 약간의 퀘퀘한 먼지가 일었다.
짧게 기침하는 긴토키.
그리고, 문너머에 있던 어두운 방.
그 방의 작디 작은 창문사이로 유일하게 들어오는 빛과 하얀 눈송이.
그리고, 그 하얀 눈에 얕게 뒤덮인 검은 유카타의 어깨와 머리카락.
검은 핏자국과 상처들. 그래. 모든 것을 하얀 눈 속에 감추고 있었다.

"(-)!!!" -긴토키

그 따뜻했던 숨소리 마저도 지금은 너무나도 차가워져선
얕게 쌓인 눈조차도 녹이지 못한다.

"어이, 정신차려!! (-)!!" -긴토키

긴토키가 벽에 기댄 채 고개를 떨구고서
온몸이 차갑게 굳어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서 흔들자
그녀의 몸에 조금 쌓인 하얀 가루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아무런 미동도 없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젠장.....이 자식들 무슨 짓을 해놓은거야....!
(-)!! 대답해!" -긴토키

손목에 난 수갑에 여러번이고 긁힌 상처에 검은 피가 굳어엉겨있었고,
발목은 부러져있던 데다가 아까 나가려다 넘어져 생긴 상처들까지.
게다가 이렇게 소리쳐도 깨어나긴 커녕 미동하나 않는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긴토키

긴토키는 그렇게 외쳐도 반응없이 죽은 사람처럼
벽에 기대앉아 고개를 떨어뜨리고서 축 쳐져있자,
그대로 땅을 내리치며 젠장이라는 말만 연발할 뿐이었다.

이미 너무나도 많이 잃어서. 더 이상 잃으면,
더 이상 상처입으면 이대로 부숴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녀의 생각처럼 하얀 눈과 함께 어느순간 사라져버릴 것처럼 약해서.
그렇기에 강하고도 약한 이 두 손으로
모든 것을 지켜오겠다고 다짐했던 그였는데.

"젠자아아앙!!" -긴토키

막상 지켜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를 으득 갈며 후회할 뿐이다.
그녀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땅을 보고서 계속 떨고있다.
그 떨림이 분노인지, 아니면 슬픔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차가운
그 몸과 숨소리에 심장이 차가워져서 그러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다시 하얀 세계가 되어간다.
차가운 것도 추운 것도 알 수 없고.
대체 무엇이 사는 것인지도 알 수 없고.
하얀 세계 속에서 검은색으로 남아있는
그녀가 깨어나지 않는 이유조차 알 수 없다.

".........지......"

그래. 알 수 없었다. 분명 그랬는데.

"울지마..........바보 긴...토키......."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 주먹을 내리치며 이를 악 물고서도
눈물을 조금씩 흘리는 그의 볼에 와닿는 누군가의 하얀 손.
그 느낌에 서서히 고개를 들자, 그녀가 보였다.

그 위에 피어나는 피의 꽃의 색이 더욱 붉은빛을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