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다........."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곳에는 사계절이라는 것이 있다고 선생님께 배웠는데,
지금은 모든 생명이 다시 깨어나는 봄이라고 하셨다.
푸른 하늘. 노래하는 생명. 자연과 사람. 그 모든 것이 공존하고
각각의 색을 가진 이곳은, 평화 그 자체.
내 또래의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
두려웠기 때문에. 내가 다른 것을 알면 그들도 전처럼 내게 돌을 던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왜 그 녀석은........'

하지만 요즘 흥미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흔하지 않은 은발과 적안을 가진 아이였다.
나보다 한 두살 많거나 또는 동갑인 듯 했다.
그 누구도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들어 그 녀석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이렇게 앉아있는 내게 와 인사를 한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데, 그렇게. 계속.

"누군 대답하기 싫어서 그러겠냐고......."

도저히 대답을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처음부터 따뜻함이라는 것을 몰랐었다면
이토록 고독이라는 것의 아픔을 몰랐을까.
완전히 알게되지 않을 바엔 차라리 알려들지 않았으면 됬을까.
내 마음을 보여줄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내가 있던 곳에선, 먼저 마음을 내비치면 죽는다.
그 때의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걸까.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내쉬던 내 귓가에 꽤나 위협적인 목소리가 와닿았다.

"야." -신스케

그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과 녹안을 가진 아이.
그리고 그 아이 옆에는 나에게 인사를 하던 은발의 아이와
남자치고 긴머리를 가진 아이가 함께 있었다.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올려다보고 있자 보랏빛 머리카락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넌 왜 사람이 인사를 하면 대꾸를 안하는거야?" -신스케

"겁 먹었잖아. 그렇게 묻는 건 실례야." -카츠라

"넌 좀 가만히 있어, 즈라." -신스케

아무래도 설전이 이어질 것 같다.
뭐지 이 녀석들은? 영문을 모르겠네.
그렇게 내가 자리를 뜨려하자 가만히 있던 은발의 아이가
도망가려는 내 팔을 붙잡았다.

"저기, 잠깐......" -긴토키

"읏....!"

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 손을 쳐냈다.
당황한 듯 머뭇거리는 나를 보던 그 아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카타 긴토키." -긴토키

"응......?"

"내 이름이야. 넌?" -긴토키

내 이름을 아는 건 이곳에선 선생님 뿐이다.
이래도 되나 싶어 머뭇거렸다.
아까 설전을 벌이던 나머지 두 사람도 이쪽으로 오자
긴토키라는 아이는 둘을 차례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타카스기 신스케. 이쪽은 즈라....컥!" -긴토키

옆에 있던 머리가 길어서 묶고있는 남자아이가
긴토키의 옆구리를 한 번 가격했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 코타로. 넌?" -카츠라

"나....... 나는........"

그렇게 우물쭈물하다가 나는 그대로 도망을 쳤다.
내가 도망을 치자 그 셋은 급기야 따라오기 시작했다.
쫓아오지마! 도망가고 싶어진단 말야!
보통 아이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뛰기도 힘들다.
그렇게 뒷마당에 계시는 선생님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가선 붙잡았다.

"음? 왜 그러나요, (-)?" -쇼요

"그.... 그게요.... 인사를 하길래.....
쫓아오길래..... 노, 놀라서......"

어느새 세 명이 헉헉거리며 쫓아왔다.
내가 다시 도망치려하자 쇼요선생님은 그런 나를 잡아
그들과 마주보게 하셨다. 그리고는 미소지으며 말씀하셨다.

"괜찮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먼저 마음을 열어준다면......."

어느새 그 세 명이 내 앞으로 왔다.
내가 머뭇거리자 선생님은 뒷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도 알아줄겁니다. 분명히."

나는 잠시 멍하니 선생님을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세 명에게로 돌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시 감정을 되찾고 싶다.
내 모든 것을 앗아간 그들과 같아지고 싶지 않아.
그렇게 나는 두 손을 모으고서 한 번 꽈악 쥔 채
내가 웃었던 표정들 중 가장 환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안녕!"

내가 웃자 세 명도 웃어준다.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세상은 너무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자, 수업시간도 끝났겠다.
오늘은 유채꽃밭에 가볼까요, (-)?" -쇼요

"응.......!"

그렇게 우리가 함께 만나 모두의 손을 잡은 것은,
유채꽃이 피는 봄날-


[Main Story : 유채꽃이 피는 봄날에, 눈이 내려오는 겨울날에]
[To continue.....]

그 빛을 위해 검을 휘두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