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동등하거나 더 강한 자의,
그런 수라의 피의 감촉을 이 손에 갈구해오고 강함에 집착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이 갈증.
어렴풋이 내가 했던 말들이 지나갔다.

「사람이란 참 가엾군요. 자신에게 없을 수록
그것을 더 원하게 되고, 손에 닿지 않을 수록 손을 뻗게 되죠.」

그래. 그것은 당연한 것.
얻기 힘든 것일 수록 더욱 원하고, 갈구하며, 얻기 위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에게 있어서 '태양'이란 존재겠지.

「당신은 태양이 있어서 목이 말랐던게 아니에요.
당신은 태양이 없어서 목이 말랐던 겁니다.」

지금 갈증이 나선 참을 수가 없었다.
아까 수십명의 천인을 죽였다. 순간 그녀가 떠올라버려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녀가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과연 뭐라고 말할까.
태양의 그 따뜻함 대신 그 손에 뜨거운 피의 감촉을,
태양의 그 밝은 빛 대신 어둠으로 끌어내려
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강함을.
그것들로 하여금 갈증을 채워온 나에게,
너무나도 큰 갈증을 느끼게 하는 것.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애정'이란 단어와,
내가 잘 알고 있는'강함'이란 단어.
그 두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내 곁에 있어주는 건. (-).

「누구보다도 증오하고 또 미워하면서
누구보다도 부러워하고 갈구하고 있었던 거죠.」

그녀에게 생긴 사냥의 흥미.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보다도 원하고 있었다는 것.
그렇기에 그것을 가지기 전에 갈증이 채워질리가 없었다.
설령 갖거나 품에 안을 수 있더라도,
옆에 있더라도 그 갈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마음이라는 것은 끝이 없으며,
나는 그것의 심해 끝까지, 두려움하나 없이 내려가고 있었지만
그 캄캄한 심해에서 발견한 빛에 더이상 내려가지 못하고 헛돌고 있다.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없는 태양을.
차가운 전쟁터가 아니라,
따뜻한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는 태양과도 같은 그녀지만,
지금은 환한 미소로 내 곁에 있다.
자신을 야토라는 이유로 이용하지도, 혐오하지도 않는.
자신들의 곁에 있어줄 수 없는 태양과는 다르게
그것들을 충족시켜주면서도 밝게 비춰주는. 그런 태양.

「그리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그 눈빛을 말이죠.」

아아, 지금조차도.
지금조차도 나로 인해 다친 그 손의 상처는 무시한 채
내 상처를 치료해주는 너.
그 흑안으로 나의 청안을 바라본다.
꽤나 당황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 눈빛을 다시금 확인하는 그 순간에, 나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태양이다.
그러니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게 말하는 것 만으로 갈증을
채워주는 것은 그 태양이라고.

그러니까 이번엔 반드시,
지켜내보일 것이라고.

그렇게 다짐하며 미소짓는다.
그 붉은 피로 물든 얼굴에 진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