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카무이

하얀 손. 눈과도 같은 그 손과 푸른색의 눈동자가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고있었다.

"큭.....괜찮을리가.
네 놈이 내 발목을 작살내놨잖아."

카무이는 제독의 옷을 입고 있었다. 저러고있다가
싸우게 되면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어던지고서
평소와 같은 검은 치파오를 입고서 온몸을 피로 적시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그녀는 상상하기 조차 싫어 눈을 딱 감아버렸다.

"흐음.....미안. 그 땐 어쩔 수 없었어." -카무이

카무이는 그러더니 그대로 걷지 못하는
그녀를 안아들고서 복도 끝으로가 창문 밖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감고있던 눈을 서서히 떴고,
거기에 펼쳐진 풍경은......

'눈.........? 아냐 달라, 이건........'

새하얀 세계. 새하얀 세계였다.
그런데 어째설까. 그 하얀세계 위에 물들여진 붉은색의 꽃들은.

"보여? 근데 있잖아." -카무이

카무이는 갑자기 싸늘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의 상처난 손목을 움켜쥐며 말했다.
짧게 신음하던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참 재밌는 짓을 했던걸.
설마, 거기서 여기로 다시 돌아올 때
검은 피로 흔적을 남길 줄은 몰랐어." -카무이

카무이는 잠시 동안 숨막힐 듯한 살기로 그녀를 째려보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그대로 아까 그 방으로 가
그대로 그녀를 벽에 던져넣었다.

"크흑..........!"

차가운 벽에 부딪힌 등의 서늘한 감촉.
발목이 다쳐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분노와 수치심에 떠는 그녀를 문앞에서 지그시 보며 웃는 카무이다.

"자아. 그럼 이제 시작해보자고.
재밌는 도박을 말이야." -카무이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빙글하고 가뿐하게 돌려
문을 살짝 닫았다.
아주 살짝 열린 문의 틈새로 카무이의 싸늘한 시선이 전부 느껴졌다.

"사무라이씨가 그쪽을 구하는게 먼저인지,
아니면 내가 그쪽의 소중한 것들을
전부 없애는게 먼저인지." -카무이

카무이는 그녀의 검을 방안에 던져 주었다.
어차피 검이 있어봤자 나가지 못한다는 걸.
그 절망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걸까.
쾅하고 닫히는 두꺼운 철문.
그 닫히는 둔탁한 소리가 너무나도 애타게 울려퍼진다.

그녀가 기댄 벽의 머리 위에 있는 아주 작고 좁은 창문의
최창살사이로 들어오는 눈에 반사된 빛과 새하얀 눈송이들.
벽에 기대 앉은 채 그대로 잠들어버린 그녀의 검은 유카타와 머리,
그리고 검은상처들을 조금씩 하얗게 덮어갔다.

흑이 백으로 승화되어가는 것이 아닌, 그저 흑이 백을 감추는.
그런 느낌의 하얀 눈들이 그녀의 위에 아주 얕게 나마 쌓여갔다.

이젠 그 숨소리마저도 차가워서 눈을 녹이지 못했다.


[Main Story : 하얀 눈 위에 피어나는 꽃]
[To be continue......]


그 문 너머에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