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토키. 사카타 긴토키. 틀림없다. 분명 긴토키다.
살아있었다. 살아있었어. 정한 사냥감이라는 것은,
아직 죽이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왠지 모를 안도감에 힘이 빠졌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 더더욱 질 수 없다.
".........그 사무라이. 지금 어디에 있어."
"글쎄~" -카무이
그 소년은 그러더니 눈을 살짝 뜨고서 씨익 웃어보였다.
동시에 우산을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
"나도 좀 재밌게 해주면......
알려줄 마음이 조금 생길 것 같은데." -카무이
그 순간 오싹한 기운이 등을 훑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그 푸른눈이, 너무나 차갑고 싸늘하다. 죽는다. 죽을거야.
아까 붙은 야토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진짜, 야토다.
먼저 치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그 소년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와 주저 않고 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이내 보기좋게 막히고, 우산과 검을 맞댄채 끼긱거리는 소리를 울려퍼뜨렸다.
"우와~ 그거 어떻게 한거야?
나보다 빠를지도?" -카무이
"큭.......시끄러."
나는 그 말이 좋지 않았다. 자기 종족의 종특이었으니까.
힘은 야토족에게 조금 밀릴지 몰라도 속도와 은신하는 것 만큼은 더 압도적인 암살부족이었으니까.
다시금 죄책감이 온 몸을 뒤덮는다.
그리고 조금 당황했다. 내 기준에선 나름 세게 공격한 건데.
끄떡도 안하고 오히려 웃고있다.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타이치보다 강할지도 모를만큼.
"네 선택지는 두 개 뿐이다. 대답하느냐, 아니면 죽느냐."
그 말에 그의 웃음이 멈추었다.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그대로 우산으로 검을 튕겨냈다.
막았는데도 꽤나 튕겨져나갔다. 검을 쥔 손이 저려온다.
뭐야...... 이 괴물은. 야토는 들어만 봤지 싸운 적은 없다고.
"유감이지만, 그 중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카무이
조금 바뀐 분위기에 조금 긴장하고서 두 손으로 검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다시 아까처럼 활짝 웃으며 답했다.
"왜냐하면, 난 지금
사냥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거든." -카무이
그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뭐 임마? 남의 집 멋대로 침입해선 부수고 공격해놓고선
갑자기 살려준다고? 이상한 녀석이다. 왜?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아니. 진심인데?" -카무이
그는 그러더니 그냥 구조가 올 때까지 배에서 지내자며
아까 나와 싸우던 자를 데리고 들어가며 나에게 말했다.
"그 사무라이는 에도에 있어.
뭐, 그쪽이 에도에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카무이
그 말에 그의 부하인 듯한 천인들이 공격 태세를 취했다.
답은 말해주었다. 그는 대답해주고서 내가 살아남을지 그렇지 않을지.
시험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제일 맛있는 반찬은 남겨뒀다가 나중에 먹는게 취미라서.
그럼........" -카무이
그는 약간의 살기어린 웃음을 띠고서
나를 흘끔보며 말하고선 배안으로 다시 향했다.
"나중에봐, 난 그쪽이 맘에 들었거든." -카무이
"뭐.........?"
"그러니까 죽지 말라고.
내 손에 죽기 전까지. 검은 여자 사무라이씨." -카무이
그는 그대로 아부토와 배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천인들이 서서히 나를 에워싼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어떻게든 에도로 가야만 한다. 어떻게든 다시 친구들을 만나야한다.
만나야지 뭐라도 물어볼 테니까. 그리고 보고싶기도 했으니까.
'미안. 또 약속을.......'
그리고서 그 날의 전쟁터처럼 또 다시 천인들을 베어나갔다.
붉은 피들이 집과 마당에 마구 튀었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계속해나갔다.
'못 지킬 것 같아.'
집을 더 이상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가봐야 할 곳이 생긴 듯 했으니까.
그 말 한마디에, 그녀의 검을 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