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무이

그 푸른 눈에서,
너무나도 차가워보이는 그 눈에서
말도 안되는 것이 떨어져내렸다. 웃고있지만, 그 눈에서 딱 한 방울
흘러내리는 따뜻한 물방울.
고양이는 멍하니 그 표정을 쳐다보았다. 아까 그 눈물이
그가 흘린 눈물의 마지막 눈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그는 메마른 자였으니까.
그런데, 웃고있으면서도 울고있다.
웃고있지만 진심으로 웃지 못하고,
울고 싶어도 그 눈물을 닦아줄 이가 없어 또다시 삼키고 웃어보인다.
한 사람도, 그를 안아줄 이는 없다.
그래도 조금은 변했으려나.
고양이는 멍한 표정으로 읊조리듯 울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냐앙........."

그 때는 왜 그랬는지, 훗날 돌이켜본다면
그녀는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표정이
너무나 옛날의 자신과 닮았다는 것.
고양이는 조금 느슨해진 카무이의 팔에서 벗어나
그의 어깨를 두 발로 짚고 서서 그 눈물을 핥아주었다.
고양이 다운 행동, 카무이도 놀란 듯 했다.
카무이는 조금 흠칫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까의 투둑거리던 소리는 빗소리.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태양이 떠있는데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록 이쪽은 어두운 골목이라 햇빛이
거의 들지 않기는 하지만
카무이는 조금 눈살을 찌뿌렸다.

"........가." -카무이

카무이는 그렇게 가만히 서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읆조리며 검은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고양이는 땅에 발이 닿은 뒤에도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 웃고있는 표정 뒤에
숨겨진 슬픔을 이젠 알 것 같아서- 그래서.
고양이가 짧게 울자 카무이는 다시 말했다.

"이제 가. 그리고 내 눈에 들지마." -카무이

카무이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서 언제나처럼 미소를 띠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약하고 가느다란
빗줄기 속의 그는, 왠지 모르게 조금은 약하게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여우비.
그 속에서 그는 미소를 띤 채,
그리고는 허탈하게 웃고선 호소하듯 다시 말하였다.

"지금 내 모습, 초라하니까. 말이지." -카무이

고양이는 그대로 몸을 돌려 좁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살짝 고개를 돌려 뒤돌아본 그 모습이.
여우비가 내리는, 그 빗속에서 비를 맞으며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웃고있는 카무이는 그 자신이 말한대로
평소의 그답지 않게 초라해보였다.
고양이는 이내 눈을 감아버리고선 다시 몸을 돌려 뒷골목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이 비가, 울지 못하는 태양을 대신해 대신 눈물 흘리는 걸까.

그렇게 하늘에서 시원하게 비가 내렸다.
그렇게 한동안 맑은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그치자 그도 사라져갔다.
물에 젖은 토끼는,
여우비 처럼 짧게 눈물짓고는 다시 태양처럼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가, 태양보다는
달에 가깝다는느낌이 든 것은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눈을 조금 뜨고선 눈웃음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