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뒤질 뻔 했네......."

가까스로 귀병대의 배를 빠져나온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검을 검집에 다시 끼우고서
허리춤이 아닌 등 뒤에 끼워넣었다.
혹시라도 검을 들키면 또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긴장에 미쳐 두근대는 심장을 안고서 출구를 향했다.

'근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채
어떻게든 출구를 찾던 그 때,
어디선가 날카롭고 고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

여자? 그녀는 우선 근처 기둥 뒤에 숨었다.
비행정에서 줄지어 나오는 여러 여자들.
아무래도 오늘 회의한답시고 간부들이 부른 듯 했다.
그녀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가
저쪽에 출구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뒤 조심조심 그쪽을 향해 뒤로 돌아서 갔다.

'잠깐.......'

그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
여기서 내가 도망친다고. 뭐가 달라지지?
여기서 내가 도망친다고, 모두가 안전해지나?
아니다. 아니야. 녀석들의 계획을 알린다고 해서,
우리가 이길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럴바엔 차라리. 내가 먼저 내부에서 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지키는거다. 지키는거야.

그녀는 각오를 다시 다지고서 여자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누구.....?" -여자1

그녀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신센구미의 이름을 빌렸다.

"신센구미, 경찰입니다.
에도가 불바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니,
잠시 협조 부탁드리죠."

그 여자들은 끄덕였다. 그들도 끌려온 듯 했다.
그녀는 그렇게 여자들의 도움으로 분장실까지 향했다.

"저기, 옷이랑 검은 어떻게......" -여자1

"원래 입던 옷 위에 입을게요.
검은 기모노랑 원래 옷 사이에 감출테니."

혹시 몰라 검은 등과 기모노의 사이에 끼워넣어 놓았지만
언제 들키게 될지 모른다.
차라리 여자들 사이에 섞여있다가
카무이나 타카스기를 만나더라도 가까이서 싸우면 그만이다.
차라리....그들이 에도를 침공하기
전에 그녀가 처리한다면......

'뭐. 우선 가볼까.'

그렇게 그들을 따라가자 일본식 다다미방이 쫙 늘어선 복도가 나왔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걸 보니 간부들이 모여있다는게 진짜 였던 듯 했다.

'여기서 한 놈이라도 없애면
조금은 에도쪽이 편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 한 방으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자신을 아는 자는 없는 듯 했다.
역겨웠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짓밟으려는 자들의 앞에서
웃고, 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그대로 여기 있는 천인들을 전부
찢어죽여버리고 싶은 살의를 겨우 눌러담았다.

"흐음......거기.
심심한데 묘기라도 부려봐." -천인1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그 말에 그녀는 손을 조금 움찔하며
애써 옷깃을 세게 쥐어 화를 삭였다.
그리고는 조금은 진지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살짝 내리깔고서 사람들 앞에 섰다.

"제가 할 줄 아는 건.....
검을 조금 다루는 것 정도입니다만....."

"신참이라 그런가......
그럼, 칼춤이라도 춰보겠는가?" -천인1

그녀는 싸늘한 눈매를 지닌채
눈을 지그시 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등뒤에 끼워넣어두었던 검을 빼들었다.
그러자 해적 간부 녀석은 재밌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살짝 띠었고,
그녀는 검을 휘두르기 전에,
밖에 보초를 서던 부하를 불러들여 검을 뽑게 만들었다.

"호오~ 검술도 하나?" -천인1

"조금 이지만.....대련 정도는 보여드릴 수 있죠."

그리고는 날카롭게 간부를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둘러 그대로 그 검을 부숴버렸다.

"원하신다면, 직접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차라리 전부 죽일까.
그리고 소란이 커지면 카무이와 신스케가 오겠지.
그런 생각도 잠시한 그녀였다.

"하....하하......너.
혹시 더 큰 사람 옆에서 대접할 마음 있나?" -천인1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더 지위가 높은 간부 옆으로 가서 그대로 처리를 한 뒤
그 혼란한 틈을 타 탈출하는게 낫겠지-
라고 속으로 화를 삭이며 보초의 안내로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 낮게 웃는 목소리가 어두운 창고안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