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핫, 그립구만~" -카츠라
"30분 정도는 더 기다려야할것같군." -무츠
"뭐 그닥 길지 않네. 오늘 안으로 해결되서 다행이다."
"그럼 잠시 배의 정비를 하는 동안 바보 녀석을 부탁하지." -무츠
"알았어."
나는 손을 흔들며 무츠를 보냈다.
실은 잡아둘 자신이 없어 미안.
그렇게 뒤로 돌자 넷 다 말없이 저쪽을 보고 서있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긴토키의 생일을 축하하던 기억이 난다.
그 뒤에 무모한 짓이였다고 따로 넷에게 잔소리들었던 것도.
넷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지금 여기 팔면 얼마정도 되려나....." -신스케
"백수의 눈높이로 보지마라, 긴토키." -긴토키
"아니라고? 지금 170의 눈높이라고?" -신스케
추억회상 따윈 개뿔.
타츠마도 즈라도 그저 스윽 보기만 할 뿐이다.
나는 나름 추억 같은 거 많은데 말이지.
여자인거 감추느라 튀었다던가 음담패설하는시키들
두드려패고싶은 걸 참았다던.... 잠깐 추억이 아니라
추잡이 되어가고 있잖아.
"......거 누구계쇼?" -???
그 순간 뒷마당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들 숨을 죽였다.
꽤나 늙은 목소리다. 중년? 아니면 할아버지?
뭐가 됬던간에 경계하는 태세다.
신스케는 나를 자신의 뒤로 오게 했다.
긴토키의 몸이라 키가 커서 좋겠구나.
나도 한 번 감탄 했었지. 평균에 비하면 꽤 큰 편이니.
"아이고.... 손님 올 일이 없을터인디....." -???
누군지도 모르는채로 그저 그의 등 뒤에 숨어있었다.
어딘가모르게 약간의 익숙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혹시나 나를 아는 사람일까 싶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희망사항이지만.
"어.....?" -???
할아버지가 이쪽을 본 것 같다.
나는 등 뒤라서 볼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떨어뜨리는 소리가....
풀? 나물이라도 캐다가 나온 것일까.
"맞네, 맞아, 자네들.....!!" -???
그것도 잠시. 조금 더 확실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래. 누군지, 알 것 같아.
"설마 그 때 그 취사병인가?" -타츠마
역시나. 즈라 보기보다 기억력 좋단말야.
예전에 도와주시던 분이 한 분 계셨지.
할아범의 주먹밥, 생각보다 꽤 맛있었는데.
나 보고 체격 작으니 더 챙겨줬었지....
하지만 여자인데 그 정도면 된 거라고. 응.
"자네들이 여긴 어쩐일인가? 그나저나 다들 훤칠해졌구만, 허허." -할아
버지
"이 바보 녀석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라고만 해두지." -긴토키
신스케는 그렇게 말하며 타츠마를 가리켰다.
사실 지금 타츠마 속은 즈라이긴 하지만.
굳이 일일히 설명해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진 않아서려나.
"그러고보니 오늘, 10월 10일이었지......
옛날 생각 나는구만......" -할아버지
그 때 할아범이 음식 준비 도와줘서 다행이었지.
정말 우리를 아들 대하듯 대했었으니.
특히 나는 딸 같은 아들이었으려나.
옛날 생각에 잠겨 옅게 미소짓고 있자 이어지는 그의 말에,
"........내가 나간 뒤로, 얼마 안 가
흑영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들었네." -할아버지
나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추었다.
그렇지.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기억에선 죽은 이구나.
씁쓸해져서 손을 내리자 나와 등을 맞댄 채 서있는 신스케,
지금은 긴토키의 몸인 그가 나를 힐끔보았다.
괜찮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건 들킬까봐 그런거라고. 응.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놀랐었지.....
그 친구, 한낱 취사병인 네게 그렇게 살갑게 대했었는데." -할아버지
한낱? 아니야. 아니었어요.
나는 동료, 아니.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녀석들도 조금씩 짖궂은 면도 있지만 그랬어요.
그렇게 한 번의 실수로 떠나보낸 뒤로 악몽에 시달린 것도 벌써 몇 년 전.
도망치려던 나보다 이렇게 기억하려 애쓰기에,
당신이 어른이라는 것이겠죠.
"안마도 해주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것이....
이미 죽은 내 아들 놈 같아서....." -할아버지
당신이 하던 아들 이야기에 나는 그저 웃었지만,
속으로는 부러워 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라는 말을 했어야했을까요.
내가 우물쭈물거리자 내 옆에 있던 신스케.
정확히는 신스케의 모습인 긴토키가 나를 툭 치며 씨익 웃었다.
"역시, 못 찾은겐가. 슬프구먼." -할아버지
이내, 나를 가리고 서있던 신스케도 피식 웃었다.
"어이, (-)." -신스케
그리고는 내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내 옆의 긴토키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한 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서 내게 웃어주었다.
"너 찾잖냐." -긴토키
심장이 간질간질 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머뭇거리다가
이내 내 이름을 말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옅게 웃었다.
"(-) ...... 흑영....?" -할아버지
그리고 빼꼼 얼굴을 내밀다가 앞으로 걸어나가
할아버지 앞에 서자 놀란 얼굴이었다.
멋쩍어서 볼만 긁적이는 나하곤 다르게.
"잠깐.....여자?! 아니 설마 정말로?!" -할아버지
"그.... 속여서... 죄송....."
"죄송은 무슨. 하하.... 뭐 이미 지난 일이니." -할아버지
그렇게 할아버지는 말없이 내 어깨를 두 어번 툭툭 쳐주었다.
천인임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남녀차별따위 없는 거라고 껄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자
타츠마가 나를 뒤에서 툭툭 쳤다.
무츠의 말로는 곧 도착할 테니 마중을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
가야한다는 것을 눈치챈건지 할아버지는 웃어보였다.
"저, 아무래도 이제 가봐야겠어요."
"그려, 그려. 조심해서 가." -할아버지
그렇게 뒤돌자 뒤에서 들려오는 마지막 목소리.
"부럽구만. 아직도 친구로 남아있어서." -할아버지
그 말에 먼저 앞서간 녀석들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네."
완전히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직 우리들은-
그 날로부터 시간이 멈춘 듯이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