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토키!!!"
그가 미소지음과 동시에, 누군가가 빠르게 들어와선 그 검을 막았다.
두 칼날의 마찰음이 방 안에 울려퍼졌다.
아아, 역시. 너는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너는 그림자. 빛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뭐하는 거야 이 바보가!! 죽고싶어?!"
"이제 오면 어쩌냐. 기다렸는데." -긴토키
하지만 정작 그림자는 나였던 걸까.
너라는 빛을 쫓아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잠시 쉬고서 뒤를 돌아보면, 지나오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걸.
너는 언제나 내 뒤에 있었는데도, 나는 앞만 보고 달렸구나. 바보같이.
"뭐야? 왜 웃는거야?"
"아아....이제야 내가 아는
너가 제대로 보여서 말이지." -길도키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낸다.
더 이상 악역을 도맡지 않고 냉정한 척 하지도 않으며
순수하게 동료와 친구의 위험에 초조해한다.
그런 생각에 긴토키는 안심이 되어 다시금 목검을 쥐었다.
"아무튼, 얼른 끝내고 보자고." -긴토키
"정말......긴토키,
너 나중에 나 좀 보자."
"그래. 실컷 봐 줄 테니까 그거 제대로 잡아놔." -긴토키
그녀는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서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 녀석의 발을 세게 짓밟았다.
그녀는 엄연한 천인이며, 용병부족이다. 힘으로는 그 녀석이 당해낼 수 없겠지
"벌써 끝났네, 뭐." -긴토키
긴토키가 벌써 끝났다며 피식하고 웃어보임과 동시에
그대로 목검으로 녀석의 머리를 후려쳤다.
쓰러지는 그 녀석의 사이로 얼핏 그녀의 옅은 미소가 보인 듯 했으나,
다시 싸늘하게 무표정이 되어버리는 그녀다.
그리고는 땅에 떨어진 자신의 삿갓을 쓰고서
검은색 긴 유카타를 다시 어깨에 걸쳤다.
밖에는 아직까지 비가 오고 있었다. 물에 조금 젖은 모습.
그 말은 그녀가 물에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왔다는 말도 되었다.
"또 어디를 가려고." -긴토키
"말했잖아. 복수라고."
그녀는 아직까지 복수라는 이름의 사슬에 얽매여있는 듯 했다.
아니. 어쩌면 살아갈 이유를 그것으로 대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딜 가겠다는 거야.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서. 어디로.
그렇게 네 맘대로 지켜주고는, 또 네 멋대로 다칠 거면서.
긴토키는 끝내 등을 돌리는 그녀를 향해 읊조렸다.
"
가지마.........." -긴토키
그 작은 목소리에,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그의 그 목소리는, 힘없고 슬픈. 그녀의 처지와도 같았다.
"환각이라도 좋으니까, 더 이상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말란말이다......" -긴토키
심장이 아팠다. 여기가 아프면 그 무엇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 고통을 잘 아는 사람만이, 이 고통을 끝내줄 수 있다.
누구보다도 날 가장 이해해주던 그녀만이, 이 고통을 끝내줄 수 있다.
아파. 아프다. 너무나 아픈데, 너는 자꾸 멀어져만간다.
네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네가 상처입으면 상처입을 수록.
계속해서 숨이 막혀온다. 이제 알았다. 그저 그리운 것이 아니다.
나는........
"네가........" -긴토키
너 없이는 더 이상,
"네가 너무 필요하다고......." -긴토키
살 수 없어.
그의 옆모습이 왠지 웃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