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히지카타

잠시 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오래 일을 한 탓일까. 목에서 우득하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말은 틀린 적이 거의 없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다.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물려하지만, 방에 있는 그녀가
싫어하리라 생각하고서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담배를 피웠다.

"닿아버리잖냐......" -히지카타

랄까, 담배 라도 안 피우면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여자고 나는 남자라는 걸.
그리고 방안에는 둘 뿐이라는 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내가 철없던 시절 널 거의 남자로 대했다지만 이건 아니잖냐.
나를 뒤에서 안는 것도 모자라 몸으로 꾹꾹 누르면,
등에 그 부분이 닿....... 젠장.

'다른 녀석들한테도 그런 장난하면 제대로 혼내줘야겠군.'

아까 그 상태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 너에게 손을 뻗었다면.
그 멍한, 깊고 맑은 흑안속에 나만을 담았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나는 너를 가질 수 있었을까.
그 당황으로 가득찬 눈에 눈물이 흐르는 한이 있더라도.
언제부터 이렇게 까지 변해버린 건지는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변태인건가......." -히지카타

그런 생각에, 이젠 일조차도 손에 잡히지 않을 듯 싶다.

일 안하게 만드는 작전은 성공했지만,
쉬게하는 작전은 실패했군. (-).
이렇게 머릿속을 어지럽혀놓고선, 어떻게 쉬라는건지.

그의 얼굴이 꽤나 붉었던 것은, 착각. 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