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긴토키와 그녀는 살 것들을 다 사선 집으로 돌아간지 오래였다.
카구라는 그들이 오자마자 춥다며 찹쌀떡을 꺼내 난로에 데웠고,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붕대를 갈았다.
"아, 긴상. (-) 누나. 오셨어요?
근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긴상?" -신파치
"아아, 그냥 왠지 모르게 피곤해서." -긴토키
말도 안되게 피곤해져 버렸다. 아까 그녀의 표정을 본 뒤로.
그녀는 아직까지 자신이 만났던 모든 이들을 감싸고있었다.
심지어 타카스기마저도.
아까 신센구미의 둘을 보는 걱정스러운 시선과 자신을 보며 웃고는 있지만
똑같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어른거리는 탓일까.
"긴토키-! 나 뒤에 붕대좀 묶어줘!"
"하여간.....알았다고." -긴토키
방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긴토키는 방문을 열고서 들어갔다.
상체에 붕대를 감은 채 등 뒤쪽으로
돌아간 붕대의 끄트머리를 묶지 못해 그를 부른 듯 했다.
"하루정도면 이제 다 완치일걸? 얼른 묶어줘. 빨랑."
"네, 네, 명령 그만-" -긴토키
그렇게 붕대를 묶어주던 그 때, 실수로 긴토키의 손이
그녀의 등의 허리 부근에 나있는 상처에 닿았다.
그녀는 조금 움찔하는 가 싶더니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픈....거야?" -긴토키
"아냐. 그냥 놀라서. 다 됐어?"
"어. 옷 입어." -긴토키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맙다는 말만 하고서
검은색의 유카타를 다시 입었다.
날씨가 춥다보니 소매를 긴것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역시나. 유카타 기장은 짧고,
대신 아래에 하얀 긴 바지를 입고있었다.
"그럼, 난 잠깐 나갔다올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색의 후드점퍼를
앞을 잠그지 않고 걸친 뒤 허리춤에 자신의 검을 찼다.
긴토키가 어디가냐묻자
아무래도 신센구미에 갔다와야겠다고 했다.
걱정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럼, 갔다올........."
긴토키는 막 현관을 나서려는 그녀에게 달려가선 그대로 손목을 붙잡았다.
"가지마." -긴토키
그리고선 단호한 눈빛과 확고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를 지그시 보았다.
"가지마. 그냥 오늘은 쉬어. 다쳤잖아." -긴토키
초조한 눈빛이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보고선 눈치챘다.
많이 불안한거구나. 다친 상태에서
또 다쳐서 올지도 몰라서.
그녀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놓지 않는 그를 그대로 끌어당겨 안았다.
"나 정말 괜찮아. 긴토키."
"그렇지만........" -긴토키
이내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다가 떨어져나온 뒤
그를 올려다보며 씨익 웃으며 말하는 그녀다.
"걱정마! 거의 다 나았고,
왠만한 녀석들한텐 안져! 그리고......"
걱정하는 그를 향해 그녀는 조금 옅은 미소를 띠었다.
"무슨 일 생기면, 긴토키가 와줄거니까. 그치?"
그는 잠시 인상을 찌뿌리다가 못당하겠다는 듯 한숨을 쉼과 동시에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있던 그녀의 뒷통수를 휘어잡고서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그저 짓누르고 있다가 조금 뒤 입을 떼고서 말하는 그다.
얼굴이 새빨개져 당황하는 그녀와 다르게 그는 여유로웠다.
"당연하지. 대신 늦지않게 들어와." -긴토키
그녀는 당황해서는 부리나케 뛰쳐 나갔고,
밝게 현관문을 나서는 그녀에게 손을 흔드는 긴토키는
문득 아내가 남편이 일 나갈 때 인사하는 것 같다는 망상이 들어선 혼자서
'반대잖냐, 요녀석아!'라고 외치고는 이내 피식 웃고서 들어갔다.
'해도 많이 짧아젔군.......' -긴토키
아직 5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하늘이 점점 지고있다.
노을도 곧 질 것만 같았다.
'뭐. 기다리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긴토키
겨울이 되면서 점점 밤이 길어져간다.
검은색의, 칠흑의 시간이 길어져간다.
그녀의 색과 같은 색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과 점점 밤이 다가옴에 따라
그 기다림도 끝없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는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조금은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