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은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북적.
오늘따라 더 많고 입구 쪽은 에어컨이 고장난건지 찜통이다.
소고는 검은색 제복이라 더 더워보인다.

"누가 오길래 이래?"

"더듬이 왕자였나......" -소고

"뭐야 그건."

더듬이 왕자? 뭐야 그게.
뭐 지금 우리가 신경쓸 쪽은 그 쪽이 아니니 상관없겠지.
그렇게 어떻게든 꾸역꾸역 들어가서 숨이 좀 트여
소고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흩어져서 찾는 수 밖에 없겠네요." -소고

"그러다가 길 잃지나 마."

소고는 그럴 일 없으니 걱정말라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내게 경찰 수첩하나를 건네었다.
어라. 근데 이 경찰 수첩 설마......

"신센구미 이름 대면 웬만한 정보는 알려줄거에요."-소고

"응. 알았....."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경찰 수첩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무표정인 히지카타의 사진이 들어있....

"잠깐. 이거 히지카타 꺼 아냐?!"

"알아서 하겠죠. "-소고

뭐 소고가 이러는게 한 두번이 아니지.
그래도 나중에 히지카타 화난 건 볼만 하겠는데.
우선 안내데스크와 터미널 내 상가 사람들에게 묻는게 낫겠다.

"늘 이런식이라니까.... 하여간. 뭣 때문에 이렇게 되는거야?"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상가 쪽으로 향했고,
그 때 내 뒤에서 소고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머리카락을 들어올려서는 그대로 묶었다.
시원해지는 느낌에 뒤를 돌자 얼굴 바로 앞에서
소고가 씨익 웃고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트하고 싶은 제멋대로인 저 때문이지만요."

"데....데이트?!"

그리고는 짧게 내 볼에 입을 맞추더니 씨익 웃고는
그대로 인파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뭐야........."

그래. 키 때문이다. 내가 설레는 건 나보다 커져서다.
절대 동생같던 녀석한테 설렐리가 없어.
그냥 얼른 가서 조사하면서 선물이나 생각하자. 응.

"그 땐 정말 귀여웠는데......."

나랑 소고랑 나이차가 얼마나 나지?
10살 이상 차이 나지는 않지만....
잠깐 내가 이런건 왜 생각하고있어?
그냥 장난이라 생각하고 넘겨버리면 되잖아.
늘 그랬잖아. 장난이 아닌 걸 알고있어도........

"아, 복잡해!!"

조사를 해도 나오는게 없는데 어쩌라고.
특징이라면 검의 모양이 다 같았다는 것 하나인데.
그걸 어떻게 구분을 다하냐고.
나는 옆의 찻집 아주머니께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이런 무늬가 새겨진 검집의 검을 가진
사내가 이곳을 지나지 않았나요?"

"그.....글쎄다......." -아주머니

정보에 의하면 그 녀석들, 상가 사람들에게도 자릿세니
뭐니 협박을 하기도 한다고 했었지. 그래서 이러는 건가.
역시 신센구미의 이름을 빌려야겠다.
나는 경찰 수첩을 꺼내며 말했다.

"신센구미 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

"히익.....!" -아주머니

그 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아주머니의 질린 표정에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검집에서 조금 들어 빼내었다.

"어쩐지 뒤가 좀 캥겼는데," -양이지사

그 한마디만으로도, 녀석들의 한 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이 여자가 신센구미 였을 줄이야." -양이지사

찾았다. 확실히 그 검도 가지고 있다.
기백으로 봐선 대장이라는 자인 듯 싶었다.
우선 이 녀석을 붙잡은 뒤에 연락해도 늦진 않겠지.
내 뒤에서 검을 위로 치켜드는 그림자.

"꺄악- "

내가 몸을 움츠리자 피식 비웃는다.
나는 움츠린채 몸을 틀어 자세를 낮춘채로 검을 뽑았고.
검집에서 반쯤 검을 뽑아 막았다.

"-이라고 할 줄 알았냐?"

씨익 웃자 조금 당황한 그 표정에 나는 그대로 검을 완전히
뽑아내며 그 녀석의 검을 튕겨내었다.
꺄악은 무슨. 맑은 날에 고작 이 정도 기습으로 꺅거리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어?

"검은 칼날....... 설마 네 년......" -양이지사1

"응? 뭐야. 날 아나?"

그 남자는 쳇하고 혀를 찼다.
어디서 본 얼굴은 아니다. 난 저런 놈 몰라.
혹시 양이전쟁 때 참가했던 녀석인가?

"뭐. 검은 칼날이라고 해서 흑영일리가 없지." -양이지사

검은 칼날을 알고있다.
내가 모르는 걸 봐선 소문으로 접한 듯 싶다.
뭐 딱히 알려져도 상관없지만.....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거지?"

"피의 색을 확인해보면 되겠지." -양이지사

다시 검을 고쳐잡는다. 내가 전 양이지사 라는게
알려져도 별 상관없다, 이제는.
하지만...... 뒤에서 떨고있는 사람들과 이 자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들의 눈이 나를 향한다.

"나 원......"

녀석의 검이 내 옆구리쪽을 베기 직전,
나는 빠르게 땅을 박차 녀석의 뒤로 갔다.
이 정도 속도면. 나라는 걸 확신하려나.

"이놈이고 저 놈이고 간에, 분수를 모르니 일찍 뒈지지."

"어느 틈에.....! 진짜 흑영인가..... 젠장!!" -양이지사

그 녀석은 나와 몇 차례 검을 섞더니 그대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저게 어딜....! 거북이 같이 느린 네 놈 정도는....

"꺄악!" -아주머니

그 때, 녀석이 던진 단도하나가 아주머니에게 향했고
나는 그걸 막느라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녀석을 놓쳤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머니를 맡긴 뒤, 검을 챙기고서
바로 인파 사이를 뚫고 녀석을 쫓았다.

"거기서 이 자식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말.

그의 뒤를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