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힘없이 툭하고 내 어깨 위로 쓰러졌다.
느려진 그녀의 심장 고동소리가 내 심장 고동을 점점 빠르게 만든다.

"신스케, 대체 무슨.....!" -반사이

"의사..... 당장 의사를 불러라......" -신스케

"피가....!" -반사이

"당장 의사를 불러!!" -신스케

그녀의 검은피가 내 손위로 흩어졌다. 상처에서 올라오던 검은 연기가 멈추질 않는다.
전쟁 때 이따금씩 본적이 있었다. 물또는 상처로 인했을 때의 증상.
죽음에 이르면 그대로 연기가 되어사라진다. 흔적도 없이.

"젠장........" -신스케

내가 그런 것이다. 이 상처도, 지금 쓰러져 있는 그녀도.
차라리 다른 녀석이었더라면 형체도 못알아보게 찢어 죽였을텐데.

「정신 좀 차리란 말야! 타카스기 신스케!!!」

이끌려나오듯 너의 목소리를 쫓았다. 예전에 널 떠나보냈을 때 그랬듯이.
아까 억지로라도 자는 것이 아니었다. 피곤했던 탓일까. 꿈자리가 사나웠다.
모든 것이 불에 휩싸여 몰락해가는 에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건 나.
처음엔 막부에 승리한 꿈인 줄로만 알았으나 그 가운데에는 너도 있었다.
그을린 상처를 잔뜩 뒤집어쓴 채 그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네가.

'어째서 넌.........'

병실로 옮겨져 침대에 누워있는 (-)의 얼굴을 한 번 스윽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거냐.....'

그리고 꿈에서의 넌, 끝내 상처투성이로 내 앞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내게 검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한 채 그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이곳이 현실이란 것을 깨달았을 땐 안도보다는 짜증이 치솟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헛도는 관계로 지내야하는 걸까.
그녀에겐 모든 이들이 소중하다. 그 중엔 나 뿐만 아니라 내 적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니 내가 부순다면 그녀는 상처입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베지도 못할테지. 그건 고문이다.

"신스케............?"

".............."

그녀가 깨어난 뒤. 나는 눈을 딱 감아버렸다. 도저히 저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그런 내 얼굴에 와닿는 것은, 따뜻한 너의 손.
그리고 내 귓가에 와닿는 것은, 너의 그 목소리.

"날 봐. 괜찮아."

그리고는 내가 눈을 뜨자 아무말없이 마주 웃어보이며 말해오는 너다.

"괜찮아. 오늘만이야."

아아, 그래. 내게 유일하게 그렇게 말해주는 너다.
나는 어김없이 세상을 부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너는 예전처럼 날 쫓아오겠지.
난 할 수 없이 지금은 너의 그 손을 떨쳐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것을 끝낸 뒤에, 그 떨치던 손을 잡고
그 날처럼 널 다시 내 품에 안아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그런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만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