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일까.
아니 좀. 통로마다 똑같이 만들지 좀 말라고.
오랜만에 귀병대에 왔건만, 또 이 신세다.
평소같으면 곧장 아는 길로 왔겠지만 어째선지 내가
타고 얼마 안가 출항하는 바람에 배가 흔들렸다.
그 때문에 이상한 길로 들어와버린 내 잘못이긴 하지만서도....

"아무도 없나요- "

대답이 없다는 건 아무도 없는 거겠지.
여기가 우주라는 것은 길을 찾거나 신스케나 다른
사람들을 찾지 못하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리치고는 있지만.....

"하아.... 쪽팔린다고......"

쪽팔려. 신스케가 그토록 주의도 주고 놀렸는데.
이 이상 놀림 받고 싶지는 않다고.
누구던간에 좋으니까 제발 좀 나타나줘!

"대체 어디로 가는건데....!"

적어도 지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지.
그렇게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어떻게든 출구라도 찾아놓아야겠어.
그래야 나가서 잘 보이는데에 서있지.
신스케에게 혼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쯤 지구에는 비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비가 오면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았다.
그것은 늘 그래왔고,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렇게 몇 번이고 빗 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고,
전장에서 비가 내리면 시원하다며 한숨 돌리는 다른 동료들과는
다르게 나는 검을 움켜쥐고서 뛰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의 타카스기 신스케. 너는,

"윽..... 뭐야?"

내가 아픈 그 만큼.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책임을 짊어진 채

"어디에 도착한건가....?"

살아가고 있겠지.

조금 큰 진동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이내 잦아들었다.
다시 창 밖을 보니, 흐린 하늘이 보였다.
먹구름이 떠다니는 어딘가의 황량한 대지.
지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못 보던 생물도 조금 보이고 말이지.

"서둘러!!" -귀병대1

그리고 저쪽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들의 소리.
드디어 사람 목소리를 들어보는구나.
나는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지만 이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출구로 나가는 것을 보고서 멈추어섰다.

'전부 무장한 채로 나가고있다.'

적어도 관광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내 코끝에 와닿는 것은 희미한 비린내.
붉은 액체의 특유의 비린내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바보들이.......!!"

다른 행성의 전쟁터와도 같은 곳일 것이다.
신스케, 카무이. 그렇게 말렸건만.....!
며칠 전에도 그렇게 싸우다가 다쳤으면서.
심하지는 않지만 그 상태로 지금 또 전투에 임하다가는
뜻 밖의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할 수 없지.

"긴토키가 또 한소리하게 생겼구만."

검을, 든다.

그림자는 귀신의 이정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