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하고 샘에 돌 하나를 던졌다. 잔잔하던 수면에 파장이 생기자 달빛이 일렁였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그저 멍하니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긴토키가 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
"........걱정했잖냐." -긴토키
그 목소리에 순간 울컥해 눈물을 보일 뻔 했다. 걱정했다는 저 한마디.
대체 얼마만에 듣는 말인걸까. 흑영대의 대장을 맡은 뒤로 부턴,
나와는 정반대로 선봉에서 싸우는 긴토키와 만나는 일이 적어졌다.
그 누구도 나의 과거와 아픔을, 그리고 돌연변이로서 상처를 끌어안아 스스로 괴물이 된 이 나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진짜 나를 아는 긴토키였다.
그렇기에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혹시라도 네가 삶의 목표를 잃어서, 어딘가로 사라진게 아닐까 하고....." -긴토키.
긴토키는 그리고선 이젠 내 손보다 훌쩍 커져버린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참는 나를 보곤 싱긋 웃어주는 그다.
"다행이다. (-)." -긴토키
아냐. 아냐 긴토키. 나는 거짓말쟁이야. 네 말이 전부 맞아.
이대로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나 참 바보같지?
이렇게 내 옆에 넌 또다시 다가와 변함없이 웃어주는데, 이런 나는.....
"긴토키 나 실은.........."
결국 또다시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내 흐느끼는 소리에 나조차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를만큼.... 너무 힘들어......"
긴토키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잠시 우는 나를 바라보다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 어깨로 뻗어 끌어당겨 안고는 토닥였다.
그 손이 왠지 모르게 그 분의 손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나는 담아와고 참아왔던 모든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럴 수록 눈물이 넘쳐흘렀다.
"나는 돌연변이야. 지구에서 다른 존재인 것도 모자라,
천인들에게 까지 버림받았던 나야.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않고, 그저 병기로만 이용하려 접근했어.
그런 내게 순수한 미소와 따뜻함을 준 건, 유키 이후로 선생님이 처음이었어."
이를 다시 한 번 으득 갈았다. 천도중의 모습. 그리고 타이치의 모습.
모든 것이 교차하자 슬픔과 함께 분노가 치솟았다.
"그런데, 왜!! 왜 전부 내게서 빼앗아가지 못해 안달인건데!!"
내가 울부짖듯 소리치자 긴토키는 이내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평범한 여자의 모습이 아닌, 암살부족이자 살인병기로서의 모습.
아무런 구실따위 하지 못하는 살인병기따위는 필요없다는 귀울림이 사라지질 않는다.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검을 휘두르는 매순간마다.
"왜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거냐고.....!"
눈물에 목이 매여 이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짜증나짜증나짜증나 전부 죽어버린다면 좋을텐데.
아무런 것도, 어떠한 의미도 담지 못하는 나도 사라져버리면 좋을텐데.
"
죽일꺼야..... 전부..... 우라기리 타이치부터
선생님을 그렇게 만든 녀석들까지 전부.... 전부......
절대로 평범하게 죽게 놔두지 않겠어.....
최대한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이 하게 만들거야.... "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미쳐가는 내게 와닿는 온기.
"그만." -긴토키
그리고는 그는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 따뜻한 온기에, 다시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고
아까의 내가 한심해서, 그리고 그의 온기가 너무나 따스해서 눈을 감았다.
속눈썹에 맺혀있던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나를 녹게 만드는 그 한마디.
".......이제 됐어. (-)." -긴토키
너무나도 갈망해왔던 말이다. 됐다고.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내게 그렇게 말해주던 사람은 이젠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아니, 그렇게 알고만 있었다. 왜 진작에 깨닫지 못했을까.
그런 사람들은, 이미 내 옆에 있었는데-
그리고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긴토키와 함께 다시 샘터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