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쪽이 내 싸울 이유가 되면 되겠네." -카무이

".......뭐?"

그 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강해질게. 그쪽을 뛰어넘을 때까지.
그리고 내가 더 강해지게 되면, 그 때는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
당신은, 야토인 내 힘에 부숴질 만큼
약하지 않으니까. 괜찮을거야." -카무이

지켜준다고? 그 말에 나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선
내 검을 한쪽 어깨에 걸쳤다.
꼬마야.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란다.
강해진다고 해서, 아무리 검을 잡는다고 해서 지킬 수는 없어.
이 세상에는 그런 것들 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런데 그것도 야토인 네가, 날........
귀엽기도 하고 나름 즐거워져서 마지막으로 그 꼬마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그래. 몇 번이고 뒤쫓아와봐, 꼬마야.
그럼 나는 몇 번이고 네 손을
떨쳐줄테니. 그리고 그 때의 네 표정을
똑똑히 지켜봐주지."

이젠 내 앞에서 날 기다리는 자들이 서서히 줄어간다.
그렇다면 이젠 내가 앞에서 손을 내미는 자가 되어야겠지.

"잘 있으라고. 야토꼬마."

그렇게 꼬마에게 작별인사를 하고서 모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신경쓰지말자. 그저.....어린아이가 한 말이다.
그저.......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을 붙잡고서 멍하니 하늘을 본다고 해서,
그것들이 돌아오진 않아." -카무이

그저..... 그것뿐인데.......

"................"

나는 아무말없이 그저 등을 돌렸다.
이런. 아직 나도 멀었구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쯤은,
예전부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한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멀어지는 붉은 꼬마.

나는 그 꼬마를 보다가 땅을 박차고서 빠르게 달렸다.

하늘을 보며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차라리 비가 와서, 전부 씻어냈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도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