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그가 보인다. 왼쪽 소매를 적신 붉은 색.
팔을 다쳤다. 저대로는 아무리 신스케라 할지라도
오래버티는 것은 무리야.
혼자서 저 만큼을 쓰러뜨리고 있었던 걸까.
다른 대원들은 다른 구역을 막느라 없는 듯 하다.
신스케가 도움도 거절하고서 보냈겠지.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나는 그대로 검을 바로 잡고서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노리는 녀석의 검을 두 동강 내고서
검을 크게 한 번 휘둘러 무리를 조금 흩어지게 했다.
그리고 나는 숨을 한 번 내뱉고서 나를 보는 신스케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가끔씩은 의지(依支)도 좀 해달라구?"

예나 지금이나, 너는 똑같구나.
귀병대라는 이름을 짊어지고서 전장을 누볐던 귀신. 그게 신스케.
그래도 가끔씩은 의지도 좀 하란말이야.
나한텐 다치지 말라는 둥 잔소리를 퍼부었으면서.
흑영대라는 이름을 짊어지고서 전장을 누볐던 흑영, 그림자. 그건 나.
그러니까 나도 같아. 그러니 이해할 수 있다.

"돌아가라, (-). 너는 상관없잖나." -신스케

"또 그 소리. 이미 녀석들이 내 얼굴 봤어.
몇몇은 흑영인 것도 알고.
그런데 왜 상관이 없어. 무엇보다......"

다시 돌진해오는 적들에 의해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고,
신스케는 나와 등을 맞댄 채 반대쪽 녀석들을 베어나갔다.

"네가 다쳤는데, 왜 상관이 없어."

신스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도와줘도 불만입니까, 요녀석아.
나는 그 한마디를 꾹꾹 눌러담으며 적들을 베어나갔다.
죽이기 싫어서 칼등으로 쳐내 기절시키는 나를 보며
신스케는 무르다고 혀를 찼다.

"신스케, 팔은?"

"날 뭘로 보는거냐. 끄덕없다." -신스케

끄덕없기는. 저렇게 말해도 꽤나 힘에 겨워보였다.
전쟁 때도 이따금씩 전장에서 나와 같이 싸울 때면
서로 누가 더 쓰러뜨리나, 누가 덜 다치나 자존심 싸움을 하곤 했지.
하여간, 남자들이란......

"어쩔거야? 줄기는 커녕 더 늘어난다고?"

"위험하니, 먼저 빠져나가라." -신스케

나는 그의 말과 동시에 두 녀석들 더 베었다.

"애초에 귀병대를 들락거리는 것 자체가 위험했거든-
자꾸 자존심 세우고 가라그러면, 나. 다신 안 온다?"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니잖냐......!" -신스케

그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실렸다.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고통에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이다.
역시, 지금의 그는 지쳤다. 언제 다친 건지 옆구리도 좀 스쳤다.
나는 쿠로족이라서 스친 상처 정도는 금방 낫지만, 그는 아냐.

'그 말은 즉,'

나는 다쳐도, 적어도 그 보다는 괜찮겠지.

"신스케, 뒤!"

"젠장......!" -신스케

아슬아슬하게 그의 뒤에서 기습을 하는 녀석을 막았다.
신스케의 숨소리가 꽤나 거칠어졌다. 어서 끝내야한다.

"다른 대원들은 어쨌어!!"

"각자 역할을 하고 있겠지." -신스케

"하여간에,"

나는 바로 앞의 녀석의 얼굴을 팔꿈치로 세게 가격해 기절시킨 뒤
그 검을 빼앗아 양 손에 검을 쥐고서 베어나갔다.

"대장이면 대장답게 보호도 좀 받으라고, 좀!!"

"시끄러워. 너야말로, 뒤." -신스케

신스케는 바로 내 뒤의 녀석을 베었다.

"아....알고 있었다, 뭐!"

그렇게 수가 거의 줄어들어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해. 갑자기 확 줄어든 느낌이야.
직감이 외친다. 뭔가 꺼림칙하다고.

".....!! 신스케, 뒤!!"

"누가 또 속을 줄 알......" -신스케

나는 그 즉시 그의 뒤까지 일순간에 뛰었다.
그리고 주저 않고 검을 뽑아 그를 향해 내리치는
칼날을 막았다. 채앵하고 울려퍼지는 그 소리에,

"(-).....!!" -신스케

조금은. 조금은 다른 소리가.

"어........?"

섞여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달려 그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