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회의라도 해야겠지.
우선 다들 모여 소파에 앉았다.

"일단 점호부터 해보자. 긴토키인 난 (-)."

"더 설명필요하냐. 긴상이다." -긴토키

"(-)의 얼굴로 그 딴 저급한 말 집어치워라. 신스케다." -카츠라

"선글라스라는 것, 생각보다 불편하군. 카츠라다." -타츠마

"아하하핫, 뭐랄까 다들 달라지니 재미있구만-" -신스케

"애초에 네 놈 때문이잖냐!!" -긴토키

"긴토키, 안돼! 지금 내 몸이라고! 잘못 때렸다간 큰일나!"

그렇게 각자 누구인지 점호를 마쳤다.
다행인 것은 카구라와 신파치가 아직 안 왔다는 것.
왔다간 더 정신없어졌을거야.
긴토키 생일 준비라도 하는걸까... 다행이네.

"우선 각자 돌아가지는 않기로 하자."

"나는 딱히 상관 없는데 말이지." -신스케

"지금 상태로 귀병대에 한 발짝이라도 들였다간
돌아왔을 때 다섯 조각으로 썰어주마." -카츠라

신스케가 검을 잡는 것을 막고서 다시 둘의 사이를
떨어뜨려 놓았다.
타츠마가 가져온 술이 조크 아이템인지 뭐시기 하는
요즘 천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술이란다.
효과가 랜덤이랬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해독약은?" -긴토키

"무츠에게 연락해서 구해보겠네." -타츠마

다행이다. 무츠라면 잔소리는 잔뜩 퍼부어도
분명 오늘 아니면 내일 안에는 구해줄 수 있을 테니까.
즈라는 딱히 신경쓸 건 없는 모양이다.
....양이활동이라기보단 바보짓을 하는게 더 많긴 했지.

"근데 긴토키로 바뀌니까 느낌이 이상하네...."

"뭐가?" -긴토키

"여자에서 남자로 바뀐 것도 그거지만...."

한 쪽에만 유카타를 걸치면 이런 느낌이구나.
팔을 들어 펄럭거리는 소매를 보다가 얼굴에 가져갔다.
사람마다 있는 특유의 냄새... 긴토키 냄새다, 이건.

"긴토키 냄새가 계속 나니까 신기하네."

키득 웃으며 말하자 긴토키도 모두도 뚝 멈추었다.
아. 긴토키 얼굴로 이런 말하면 좀 그렇긴 하네.
순수하게 활짝 웃는 긴토키라니. 상상이 안 가.

"....너 그 말 돌아오고 나서 한 번만 더 해주면 안되겠냐." -긴토키

"왜?"

"아니면 긴상 옷을 헐렁헐렁하게 입고서....." -긴토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았다.
아 긴토키 머리카락이긴 하지만 아픈 건 똑같구나.
내 뒤에서 신스케... 즉 현재는 카츠라인 그가 내 머리..가 아니라
긴토키의 머리채를 한 움큼 잡고서 검을 들이대고 있었다.

"어이, 그만둬!!" -긴토키

"뭐하는 거야?!"

"아아, 이대로 천연곱슬이 아닌 민머리로
만들어줄까 해서 말이지." -카츠라

"아니 그러니까 왜?!"

"저 자식이 한 말을 못 들었나... 차라리 그게 다행이군." -카츠라

이대로 가다간 천연파마가 아니라 민머리가 되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많이 아니잖아...!
신스케는 진심인건지 나보고 얌전히 있으라고 말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지 못하고서 결국 긴토키가
자리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하라고," -긴토키

그리고는 그대로 주먹을 불끈 쥐더니 내 뒤를 향해 뻗었다.

"말했잖냐-!!" -긴토키

신스케의 얼굴에 제대로 꽂힌 주먹.
힘조절따위 할 줄 모르는 바보 녀석이 친 주먹이라 그런지
신스케는 그대로 조금 날아 뒤의 벽에 부딪혀서야 멈췄다.
그 상태에서 기절 안하고 일어나는게 대단하네.
그런데 어쩌지 코피난다..... 코뼈 안 나갔으려나.
랄까 저거 즈라 몸인데.

"내가 대신 사과할게 즈라...."

"(-) 자네... 평소에 힘에 신경 많이 썼던 거였군." -타츠마

"안 그랬으면 넌 이미 사망이었어.
지금까지 나 한테 몇 번 맞았는지 기억은 하냐."

그렇게 내가 즈라와 유유자적 이야기 하고 있자,
한 쪽에서는 긴토키와 신스케가 싸우고 있었다.
나랑 즈라가 싸우는 모습이라니....
정작 지금의 나랑 즈라는 이렇게 유유자적 대화 중이지만.

"진정해 임마 아무리 그래도 (-) 몸이라고?
어디 건드려보라고 타카스기 구운?" -긴토키

"네 녀석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따윈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내가 신경쓰이는 건 (-)의 몸에 불결한 네 놈 따위가 있다는거다." -카

츠라

"아앙?! 한 판 해보자 이거냐?" -긴토키

"돌아온 다음에 얼마든지 해주마. (-)의 몸에 상처입힐 순 없으니." -카츠



솔직히 이젠 말리기도 귀찮다.

"즈라와 내가 싸우는 모습이라니.... 신선하네."

뒤쪽에서 들리는 즈라의 한숨소리.
모처럼 바뀌었는데... 나도 뭔가 벌이고 싶긴 하다.
그것도 긴토키의 몸이네. 마침 이 녀석 생일이고.
그렇게 멍때리고 있자 이내 즈라가 말했다.

"우선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군." -타츠마

"옳은 소리하는 타츠마는 더 신선.... 잠깐."

뭔가 대사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
등골을 스윽 훑는 듯한 불안함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어쩐지 대사가 부족한 것 같더라니.

"신스케... 아니, 타츠마가 없다?!"

"뭐?!" -긴토키

그 말에 신스케의 표정이 굳었다.
즈라의 몸이여도 신스케의 싸늘함은 그대로인가.

아, 정말.

우선 잡아 패야겠구나.
그럼 우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