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시원하게 비가 쏟아져내린다.
어두운 하늘 때문인지 몇배로 늘어지는 이 기분.
"아아- 피곤해-" -긴토키
"오늘도 허탕이네요." -신파치
"대체 어디있는 건지 모르겠다, 해." -카구라
그렇게 그녀를 찾은 것도 어느덧 4일 째. 역시나. 오늘도 허탕이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한 번도 나타나지를 않았다.
피해를 입고있는 양이지사는 늘어만갔다.
어딘가에서 그녀가. 움직이고 있겠지.
그렇게 긴토키가 소파 위에 축 늘어져있던 그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파치- 나가봐라-" -긴토키
"긴상이 나가세요. 저도 지금 지쳤다구요." 신파치
"하여간. 요즘 애들은 체력이 약해서 탈이야." -긴토키
"......댁도 만날 뒹굴거리고
단것만 찾아서 당뇨걸리셨거든요." -신파치
긴토키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거리며 현관으로 나갔다.
"누구십니까-" -긴토키
긴토키는 누가 왔는지를 보자마자 굳어버렸다.
삿갓을 쓴 긴 검정머리의........
"날세. 긴토키." -카츠라
아. 잘못봤다. 즈라인거냐. 즈라였던거냐!
순간 그녀인 줄 알았던 긴토키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야. 즈라였냐." -긴토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그 보다, 자네는 아직 무사하군." -카츠라
"그럼 죽기라도 바랬냐." -긴토키
카츠라와 엘리자베스는 머리에 묻은 물기를 대충 털고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신파치는 언제나처럼 자동으로 차를 내왔다.
"정말 모르는군." -카츠라
"뭐가?" -긴토키
긴토키가 귀찮다는 듯 묻자 카츠라 혼자 심각 모드다.
"모른단 말인가.... 그 일을......." -카츠라
"아니 그니까 뭐냐고." -긴토키
"어떻게 이런 일이........" -카츠라
카츠라가 질질 끌자 참다못한 신파치가
이내 차를 내려놓고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체 그 일이 뭔데요. 계속 질질 끌거에요?
재미없으니까 당장 불어." -신파치
카츠라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요즘들어 양이지사들을 습격하고 다니는 자가
생겼다는 소문 못 들었나." -카츠라
"그건 저번에도 말했습니다만?" -긴토키
그 말에 카츠라는 뜨끔했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대화를 대충 잇는 그다.
"그래. 전직이 양이지사인 녀석까지 노리더군.
아마 날 공격한 녀석도 그 녀석이 아닐까 싶네만......" -카츠라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그 녀석은. 진짜 (-)인거냐. 그런거냐.
긴토키는 떨리는 손으로 차를 마셨다.
뜨거운 차 인줄도 모르고 마시다 입 안을 데었다.
"음? 긴토키 자네, 안색이 좋지 않군." -카츠라
"아....아무것도. 그 보다, 왜 온거냐?" -긴토키
"그 녀석의 타깃에는
전직이 양이지사인 자도 포함되는 모양이야.
그러니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러 온거다." -카츠라
"그러니까 그 말은 아까도 말했다고.
뭐, 아무튼 잘가라 즈라." -긴토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그럼 이만." -카츠라
[차 잘마셨어] -엘리자베스
그 둘은 지들 할말만 하고서 다시 나가버렸다.
신파치는 치우면서 궁시렁댔다.
"결국 비와서 차 얻어먹으러 온 것 뿐이었네요." -신파치
"그러게 말이다, 해.
긴쨩. 근데 이제 어쩔거냐 해?" -카구라
"아아?! 뭘 말이냐." -긴토키
카구라는 그러더니
나갈채비를 하고서
긴토키에게 말했다.
"안갈거냐 해?
얼른 찾으러가자 해." -카구라
"카구라......." -긴토키
긴토키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일어나선 카구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는
목도와 우산을 챙겼다.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고." -긴토키
당당했다. 당당하고도 자신감넘치는 은발사나이의 뒷모습.
그 모습이 다시 일그러지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것이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속삭인다.
비가 오는 거리. 저번의 그 비보다 더욱 굵고 세차게 내린다.
빗속에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약간은 물비린내와
비구름에 존재가 지워지는 느낌이 들정도로.
오늘따라 하늘이, 무겁다.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조용히 눈을 감는 긴토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