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옆의 상가들을 보니 물건들이 꽤나 많다.
그러고보니 정신없어서 생일선물도 못 샀네.

"저기, 신스케."

" ..........." -신스케

이젠 대답도 안 하는거냐.
그래그래 기대도 안했습니다, 요녀석아.
베어 죽이거나 버리지 않는게 어딥니까. 그렇죠? 쳇.....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는 하는거야?"

내 질문에 신스케는 이쪽을 흘끔보고는 먼저 가버린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양이전쟁 초기 까지.
전장에서 비가 내려 포위됬을 때 녀석이 구해준 뒤로 친해졌지.
그 전까지는 너는 항상 내게 그 싸늘한 시선과 등만 보일 뿐.
이제 다시는 그럴 일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니까, 신스케?"

그대로 두 손으로 팔을 잡자 뿌리친다.
쯧하는 소리에 욱해서 욕이 나올 것 같지만 꾹 참는다.

".......8월 10일이다. 그 외의 의미는 없어." -신스케

거짓말. 곰방대 만지작거리지 말라고.
누구누구는 너 태어난 날 하나 챙기겠다고 비맞아가며
해독제까지 구해다 줬건만.

"네 생일이잖아......"

내 말에 조금 놀란 듯 나를 본다.
대원들도 잘 모르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너... 정말 아는 사이기는 한가 보군." -신스케

내 말을 믿고 있다.
하지만 경계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그래봤자 널 기억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신스케

그래, 그러시겠지.
그나저나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이러다가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는데.

"신스케, 같이 좀...... 악...!"

이리저리 치이니 아파서 죽을 것 같다.
툭 치기만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전쟁 때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비가 와도 지켜줄 이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제는......

"윽......."

인파속에서 빠져나오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져버렸다.
아파...!! 블랙아웃이 올 정도로 아파서 눈물이 난다고!
힘겹게 일어나려하자 손을 내미는 그다.

" 쯧. 칠칠맞기는....." -신스케

"치... 칠칠맞아서 미안하네요! 흥......"

아, 피났다. 흙에 검은게 묻어있다.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니 상관없다.
그렇게 흙먼지를 툭툭 털고일어나자, 신스케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입에 물던 곰방대를 손에 들었다.

"너.... 천인이였나?" -신스케

아차. 다시 회복력이 돌아온 모양이다.
작은 상처라 이미 아물고 있었고, 검은색의 혈흔.
그의 눈에 살기가 가득 넘친다.
이 근처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이를 으득 갈더니 내 어깨를 움켜쥐고서 소리쳤다.

"대답해!!" -신스케

천인에 대한 신스케의 증오가 크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 그에게 일부러 차갑게 대하고
별 것 아닌 일에 싸웠던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국에는 들켜버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식 웃으며 꿀밤 한 대로 끝냈었지.
그렇지만 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지금

"너희같은 녀석들 때문에, 그 분이....!!" -신스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겠지.
나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무 천인에게나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전부 그런 천인들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이거....."

적어도 다치는 사람들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아직은 먼 얘기였구나. 참으려고 노력해도, 되지가 않아.

"놔!!"

미안해.

아직은 나도, 완전한 어른은 못되나보다.

그래. 천천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