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검은 사무라이의 영혼과도 같거늘.
이 녀석의 영혼은 이렇게 검은 건가." -신스케
신스케는 옆에 있던 그녀의 검을 들더니
검집에서 반쯤 뽑아 검은 칼날을 보며 말했다.
그가 피우는 곰방대의 연기가 천장까지 올라오니
기침 참기가 너무 힘들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조금 들썩였다.
"네가 내게 말했었지. 검을 거둘 때를 모르면.
언젠가는 죽게 될 거라고." -신스케
타카스기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부하를 내보내고서 검은 칼날의
검을 완전히 검집에서 뽑아내었다.
"그런데.........." -신스케
그리고 이내, 그 날카롭고도 섬뜩한
하나의 검과도 같은 파고들 듯한 녹안으로 천장 위를 노려보았다.
벌어진 눈동자와 녹안. 그녀의 착각이었을까.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친 듯 해서 그녀는 조금 흠칫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잠시 뒤 굉음이 들리더니 그녀의 검의 검은 칼날이
그녀 자신을 향해 날아와 꽂혔다.
그와 동시에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그 위에서 검은 꽃하나가 지듯이 떨어져내렸다.
그 찰나의 순간 신스케와 마주치고 있는 눈.
흑안와 녹안이 마주치는 그 순간.
흑안은 크게 벌어진 채 놀람을 감추지 못했고,
녹안은 싸늘하고도 날카로운 눈매를 간직한 채 그 흑안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말에 해당되는 건
지금의 너인 것 같군." -신스케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온 그녀에게 가차없이 파고드는
신스케가 손에 쥔 그녀의 검.
그녀는 빠르게 아까 빼앗았던 검을 빼들고서 그 검을 막았다.
채앵하고 귓가에 울리는 금속의 마찰음.
"읏......!!"
"어떠냐. 그토록 아끼던 자신의 검과 싸우는 기분은." -신스케
신스케는 그대로 그녀가 쥐고있던 검을 튕겨내었다.
다시한번 금속의 마찰음이 이어지고, 그녀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먼지가 가득 차 퀘퀘한 창고안을 마구 휘저으며 섞이는 두 개의 검.
먼지가 풀풀 날릴 즈음에는 그녀가 손에 쥔 검에 금이 조금 가있었다.
'역시 보통 검으로는
내 검과 부딪히는 건 무린가.'
그것도 그랬지만 그녀의 망설임도 문제였다.
단지 옛 친구였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까지 판단력을 잃다니.
그녀 스스로도 한심해서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지만,
지금 그런 티를 낼 수 없기에 한숨짓는 그녀다.
"이런..... 벌써 끝난건가?
적어도, 내가 아는 넌 이렇게 약한
녀석은 아닌데 말이지." -신스케
"닥쳐. 그건 이쪽이 할말이야."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리니 잠시 당황했지만,
그녀는 할 수 없이 우선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신스케
그녀는 눈 딱감고서 이번 한 번만. 한 번만 이야. 라고
혼자서만 읊조리고는 그대로 신스케에게 빠르게 파고들었다.
신스케도 처음보는 빠른 속도에 조금 당황한 듯 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벽에 금이 조금 가고,
타카스기가 그 벽에 부딪힌 채 낮게 신음했다.
그녀는 그 틈을 타 그의 손에서 자신의 검과 검집을 빼앗고서
뒤로 조금 주춤하는 듯 하더니 그대로 창고를 빠져나갔다.
"큭..........." -신스케
신스케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피식 웃었다.
아까 그녀가 했던 그 젖은 목소리가 귀에 계속 울려댄다.
「미안해......」 어째서 미안하다는 걸까. 지금은 그 어느것도 알 수가 없다.
"정말......나도 너도........." -신스케
그는 옷깃에 묻은 흙과 벽의 파편들을
털어내며 부숴진 자신의 곰방대를 보고 혀를 짧게 찼다.
"엉망진창이군. 큭큭......." -신스케
그 낮게 웃는 목소리가 어두운 창고안에 울려퍼졌다.
그래. 정말 그였다. 타카스기 신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