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에~ 그래서. 싸우고 갈 때 없어서
여기로 튀어오신 거에요?" -소고
"........시끄러."
그렇게 뛰쳐나갔던 나는 갈 곳이 없어 신센구미 둔영으로 갔다.
때마침 소고는 비번이라 둔영의 툇마루에 앉아 있었고,
나는 그런 그의 옆에 앉아서 불만을 늘어놓았다.
"아, 짜증나!!!"
나는 버럭 화를 내며 그대로 마루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생각해보니 열 받네. 물론 말 안한 나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그렇게 내가 한숨을 내쉴 때 소고는 물끄러미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럼 오랜만에 저랑 좀 놀아주세요." -소고
"하아?! 내가 왜."
"어차피 짜증도 났겠다, 이 참에 푸세요.
대신, 저도 예전보단 강해졌다는 거 자각하시고." -소고
소고는 그러더니 목검 하나를 나에게 던져주었다.
나는 그걸 누운채로도 잽싸게 받아선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안 봐줘도 되지?
니 말대로 지금 완전 짜증났거든."
그렇게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그 순간,
소고는 내가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목검을 휘둘렀다.
위험하잖냐, 요녀석아! 다짜고짜 기습이 어디있어!
아까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일어나던 나는 일순간에 싸하게 변하며
그 목검을 한 손으로 턱하고 잡았다.
"장난말고 제대로 해라.
이 목검 그대로 아작 내버릴테니까."
예상 외로 내가 휘두루는 목검을 맨손으로 잡아버리자
소고는 아무말없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뒤로 살금살금 내뺐다.
".....저 그냥 있을게요." -소고
"싸움 거는 건 네 마음대로지만 무르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대로 소고한테서 받아든 목검은 다른 손에 들고서
소고의 목검을 놓은 뒤 그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어디 한 번 실력 좀 늘었나 점검해보자."
소고는 씨익 웃더니 즐겁다는 듯 다시 나와 검을 섞었다.
마구 부딫히는 목검의 마찰음.
왠지 모르게 신나보이는 소고와는 다르게, 나는 화가 났다.
'............짜증나.'
목검이 서로 맞붙을 때마다 몸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짜증났다.
지금 이 상황도, 그 정도도 못참고 그대로 뛰쳐나와버린 자신도.
조금만 참을 걸. 대화를 해볼 걸. 멋대로 뛰쳐나오지 말 걸.
후회와 함께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서 어쩌면, 서로가 솔직해지지 못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