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질척질척하게 비가 내린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비.
이 비가 누군가의 흔적까지 지워간다.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우산을 쓴 채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 -긴토키

너는 날 원망할까. 그 때 망설임으로 너에게 더 빨리 가지 못한 날.
절벽에서 떨어질 때 그 손을 잡아주지 못한 이 나를.
너를 보낸 뒤에도 이렇게 잘만 숨 쉬는 나를.
어쩌면 너는 원망하고 있을까. 당연하겠지.
나도 이런 내 자신이 원망스러운데.
나와 너무나 닮은 녀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손을 내밀었고, 웃었다.
그리고 마주웃는 너의 모습이 좋아서, 그 미소를 지켜주리라 결심했었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이렇게 또 제자리다.
너는 강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지키려들었다.
그 결과가 그런 잔혹함이라면, 어쩌면 타카스기 녀석 말대로
이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썩어빠졌을지도 모른다.

"이 여잔 뭐지? 피를 흘리는데?" -행인1

그렇게 생각하던 그 때, 긴토키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비린내가 진동하는, 뒷쪽으로 난 골목 안.

"살아있는 것 같은데.
대충 치료해준 뒤 요시와라에 팔아버릴까?" -행인2

"그러자. 근데 어떻게 옮기지." -행인1

"그러게 말입니다- 이 쓰레기자식들은
어디에 버려야할까요-" -긴토키

갑작스런 긴토키의 등장에 그들이 놀란 것도 잠시,
긴토키는 그대로 목도를 뽑아 두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처음엔 덤비던 나머지 두 녀석들도 긴토키의 살기에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렇게 긴토키가 한숨을 쉬며 옷을 툭툭털던 그 때. 였다.

"으읏..........."

'음? 사람?' -긴토키

긴토키는 뒤쪽에서 들리는 누군가의신음소리에 그쪽으로 다가가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건........" -긴토키

옆구리에 난 상처를 부여잡으며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비를 막으려는 걸까. 원래 입고 있는 짧은 검정 유카타위에
긴 검정 유카타를 덮고 있었고, 삿갓을 눌러썼으며
허리춤에는 진검을 찬 한 검정머리 여자였다.

"피가....검정색......" - 긴토키

'어쩌지.......
이 녀석이 진짜 그 녀석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긴토키

긴토키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일 확률이 높았다.
삿갓 때문에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그런 직감이 들었다.
이런 검정 유카타를 입을 여자는, 그녀밖에 없다는 걸 잘 아는 그였다.

「긴토키」

또 다시 그의 기억속에서 울리는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그 여자의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숨소리에 이내 그 여자를 안아들었다.

'........우선 빨리 병원에......' -긴토키

그리고는 그대로 신센구미가 향한 곳을 피해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비오는 날 비를 피하던 한 고양이.
그 고양이가 맹수가 되는 건 너무나도 순식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젠장....." -긴토키

'왜 이렇게 그 녀석이랑 닮은거야......!' -긴토키

그렇게 병원으로 향하는 그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서서히 잦아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현관의 우산하나를 집어들고서 거리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