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 다음 부상자들은 에도의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처와 충격이 심했던건지
그녀는 3일 동안이나 검은연기에 둘러싸인채 깨어나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깨어났다.
어느덧 밖에는 가을바람이 분다.
어느새 낙엽도 하나 둘씩 떨어진다. 벌써 가을이다.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긴토키
끼익하고 열리는 병실의 문.
다친 곳에 붕대를 두른채 병원복을 입고서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선 그녀의 침대에 걸터앉는 긴토키.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아주 희미한 미소를 띠고서 말했다.
"응. 긴토키."
3일만에 그녀의 희미하게나마 웃는 표정을 본 긴토키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자기 때문에 3일동안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있었다는 왠지모를 죄책감 때문인지,
그는 고개를 숙인채 그녀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몸은 괜찮아? 긴토키."
"너부터 걱정하라고, 요녀석아......" -길토키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가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방관자의 눈을 한 채
조금은 슬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구나. 미안해.........."
"어이어이, 뭐가 또 미안한건데." -긴토키
그가 조금 당황하여 말하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나 때문에 뒤돌았다가 다친거잖아.
그래도 내가 구해줬으니까 쌤쌤이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푹 누르고서 마구 쓰다듬는 긴토키다.
그녀는 뭐하는거냐면서 짜증을 부렸고
이내 그는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보고서 웃으며 말했다.
"쌤쌤은 무슨.
니가 더 크게 해줬구만." -긴토키
"알면 잘 하시던가요~"
"이게진짜......" -긴토키
"그렇게 웃으면서 그런 소리 해봤자
하나도 안 무섭거든?"
그렇게 둘이 티격대던 그 때. 다시 한 번 문이 열리더니
문에 기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사람들이 우르르 물 밀듯 들어왔다.
"누님.....미안하다, 해.
그 바보오빠 대신 사과하겠다, 해." -카구라
"아냐, 아냐. 괜찮아."
카구라의 그 말에 그녀는 아무래도 네 오빠는
날 죽이기보다는 가지고 놀 생각인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을 했다간 카구라가 열을 낼 것 같으니 다시 그 말을 삼켰다.
"근데 댁이 여기까지 무슨
행차이시랍니까, 오오구시군?" -긴토키
"시끄러, 임마. 기껏 구해놨더니....." -히지카타
보자마자 히지카타에게 시비를 거는 긴토키.
그리고 그녀에게 소고가 무슨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뭐냐고 묻자 병문안 선물이랬고,
그 안에는 온갖 단 것들이 들어있었다.
"소고, 이거......."
"나름 유명한 데서 사온거에요." -소고
모찌라던가 팥빵이라던가 초콜릿이라던가 사탕이라던가.
그것들을 꺼내 옆의 냉장고에 넣고서 그녀는 고맙다며 웃었다.
잠시 뒤. 뒤늦게 온 곤도가 들어왔다.아무래도 아까 밖에 있던 오타에한테
공세하다가 또 얻어터진건지 왼쪽눈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다.
"몸은 좀 괜찮냐, (-)." -곤도
"댁이나 괜찮아요?!"
곤도는 괜찮다며 웃음으로 얼버무려 넘기고는
그녀에게 그 이후의 일을 말해주었다.
그녀석들은 도주해서 놓쳤고, 어디로 갔는지 조차 알 수 없다는 말에
그녀는 다시 표정이 조금 굳었다.
다들 아무래도 기분이 안좋은거 같다며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해결사 넷만 병실에 남겨놓은 채 돌아갔다.
"괜찮으세요?" -신파치
"걱정마, 신파치.
이젠 더 이상 그 자식과 마주해도
이성을 잃지 않을 자신이 생겼어."
그녀는 잠시 싸늘하게 있다가
이내 한숨을 짧게 내쉬고 다시 밝게 웃으며
아까 소고가 병문안 선물로 사다준 간식거리들을 꺼냈다.
"니들도 먹어. 자, 긴토키. 이거 먹어봐."
"으, 응? 아....아. 땡큐." -긴토키
긴토키는 어정쩡하게 그녀가 내미는 막대사탕하나를 입에 물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그녀. 또 다시 미워지려했다.
긴토키 자기 자신이. 아직까지 그 상처를 품어줄 정도로 아직 크지 못한 자신이.
"나 진짜 괜찮아, 긴토키."
그녀는 계속 안절부절 못하는 긴토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서
털털하게 씨익 웃어보였다.
긴토키는 뭐하는거냐며 그 팔을 내렸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이 조금 붉어진
긴토키를 보며 조금 키득거리고는 말했다.
"더 이상 동요하지 않을거야. 헤매지도 않을거야."
그녀는 맛있게 먹고있는 카구라와 신파치를 보다가
이내 긴토키의 얼굴을 보고 아까보단 힘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어떻게 싸워야하는지.
어떤 검을 쥐어야할지 확신이, 섰으니까."
이제서야 알았다. 괜찮은 척이 아니었다.
정말로 괜찮은 거였다.
긴토키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감추기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버린 걸까.
이미 그녀를 죄어오던 사슬은 하나씩 풀려나가고 있었는데.
타이치가 말한 짐을 버리고 휘두르는 검이 옳지 않다는 걸.
지금 쥐고 있는 검을, 그리고 동료를 믿어야한다는 걸.
그녀는 확신이 선 듯 했다.
"그러니까 표정 좀 펴~
그만 뚱한 표정으로 있고
오랜만에 당분 섭취나 하자고."
그는 계속 생각하다 이내 너는 못당하겠다- 라며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긴토키
또다시 하늘은 맑아져
하얗게 빛나는 저 태양.
저 태양이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기까지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Main Story : 저녁 노을이 가라앉은 뒤에]
[Fin]
그녀의 울부짖음을 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