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기리..... 타이.... 치......!"

우라기리 타이치.
그녀가 어린 시절 빼앗은 그의 눈.
그 눈은 아예 뽑아버린지 오래였고 붕대조차도 감지 않아 섬뜩했다.
그 눈이아닌 나머지 한쪽 눈의 회색빛이 어둠속에서 빛났다.
검은색의 짧은 머리를 가지고서 날카롭고 무표정인 눈매와
험상궂게 생겨 덩치도 꽤 있는ㅈ40대 중반의 남성.
그 자가, 예전 쿠로족의 실질적인 수장이자 또한 배신자인 자.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간 자였다.
그런데. 왜. 지금?

"설마 살아있었을 줄이야." -타이치

"닥쳐! 당장 이거 풀어! 죽여버리겠어!!"

그녀는 손목이 묶인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쇠사슬이 짤그락 거리는 소리만 애달프게 들려올 뿐이었다.

"으아아!!"

그렇게 마구 날뛰던 그 때. 그는 아무런 말없이
자신의 뒤쪽에서 무언가를 끌고 왔다.

"이래서 돌연변이는 안된다는 거다.
쿠로족에게는 없는 쓸모없는 감정을 가졌어.
그렇기 때문에," -타이치

그건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신센구미의 세명을 포함해 해결사네 식구들.
그리고 심지어는 카츠라, 타츠마까지. 당연히 긴토키도 있었다.

"이렇게나 짐이 많은거다." -타이치

그의 그 말에 그녀는 쇠사슬에 쓸린 손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어떻게든 그쪽으로 가려했지만 이상하게 힘이 나질않았다.
아까 비를 맞은 탓일까.

"그 짐, 내가 좀 덜어주도록 하지." -타시치

그는 그러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그만둬!!"

그는 그러더니 그대로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동공이 열려선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에
붉은 피들이 위에서 마구 떨어져 튀기 시작했다.
덜덜 떨리는 그 여린 몸에서 나오는 것은, 찢어질 듯한 비명.

"아아아아아악!!!"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비명을 질렀다.
아니, 그것은 포효에 가까웠다.
절반, 아니 3분 2 가량이 전부 붉게 물들어 갈 즈음
그는 이번엔 해결사 3명을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앞쪽으로 끌었다.

"안돼!!"

"너는 그 어느곳에도 속할 수 없다.
넌 그저 돌연변이일 뿐이야." -타시치

"부탁이야, 차라리 날 죽여도 되니까
더 이상 상관없는 사람들은........!"

타이치는 아랑곳않고 무표정으로 신파치를 베어버렸다.
그녀는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그만........"

카구라도 붉은 원피스를 더욱 붉게 물들이며,
그렇게 크게 베여 흩날렸다.

"그만둬......!!!"

이윽고.
그는 긴토키의 목을 조른채로 들어올려
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댔다.

"긴토키!!! 안돼!! 제발, 타이치!!"

"그렇게나 약해빠졌을 줄이야.
날 재미있게 해달란 말이다.
이런 짐이 있으면......." -타이치

그리고 이내, 긴토키의 은발머리와 하얀 유카타마저 붉게 물들어갔다.
그의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튀자 그녀는 또 다시 비명섞인 포효를 했다.

"안돼-!!!"

"날 재밌게 해줄 수 없지않은가." -타이치

그녀는 자신의 앞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향해
뛰어갔지만 손에 묶인 사슬은 풀릴 생각을 않고,
검에 닿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그래, 꿈이야.....
깨면 다시.........."

꿈이라기엔 너무나 잔혹하고
쇠사슬에 쓸린 손목이 너무나 아려왔다.
그녀는 그렇게 눈물이 앞을 가려 그 무엇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칼에 손이 닿질 않는다. 어서 저 자식을 죽여야하는데.
그녀에 대한 복수와 모두에 대한 복수를 해야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다시........"

그렇게 흐려진 시야사이로,
자신의 검을 줍는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믐달을 등지고서 자신의
앞에 서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

그 남자는 그녀의 검을 빼들어 그대로 그녀에게 가져다댔다.

"타카스기.......어째서......."

이를 으득 갈며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원망과 후회를 담아 그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싸늘하게 내려앉은 녹안.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짙은 보랏빛 머리칼.
그리고, 익숙한 담배향과 미소.
그는 그런 그녀를 그녀의 검은 칼날로
꿰뚫었다.

"커헉........!"

복부에 칼이 꽂힌채 뒤로 쓰러진 그녀위에
타카스기가 검을 손에 쥐고서 앉아있었다.
칼날의 금속의 차가움과 섬뜩함이 그대로 느껴져왔다.

"타카..........신...스케............"

그는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며 말했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부술 뿐이다.
이 썩어빠진 세계를......."

그가 자신을 찌르며 그런 소리를 하는데도,
타이치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시체위에서 이쪽을 무덤덤하게 보고 있는데도
그녀는 그저 하늘의 그믐달을 보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들이 다시 한번 씨익 웃자,
달과 함께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만 갔다.

모든 것이 붉어져간다.
그 끔찍하고 두려운 모든 것들이 붉은색에 파묻혀간다.
그 고통에 이기지 못하고 그녀는 다시 소리친다.

"꺄아아아악!!"

그 소리는 모두에게 닿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더니 이내 사라져갔다.

모든것이 다시 한 번 붉게 빛나는 그 순간,
다시 눈 앞이 깜깜해졌다.

그녀에게 발화점, 시발점이 됬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