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이를 악 문채 검을 머리위로 치켜들고서
얼어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앞에 있는 신스케의 옷과 얼굴에 튀어있는 검은색의 핏방울.
"큭.......!"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고.
그녀는 관자놀이와 오른쪽 어깨에 출혈이 있었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키지마 마타코. 신스케가 위험하자 카구라와 싸우다 말고 총을 쏜 듯 했다.
머리는 불행 중 다행인건지 스치기만 한 듯 하다.
"(-)!!!" -긴토키
바로 달려들어 벨 줄 알았던
타카스기는 이상하게도 멍하니, 아까 놀란 그 자세 그대로 있었고,
모두가 놀란 틈을 타 긴토키가 그녀를 부르며 달려갔다.
"어이, 정신차려! (-)!" -긴토키
혼미해진 정신에 많은 상처들을 괴로운 듯 감싸고서
계속 비틀거리던 그녀는 자기의지와는 반대로 계속 뒤로 갔다.
그러다가, 뒤에 있던 난간에 걸려 몸이 뒤로 쏠려 넘어갔다.
'밑은 물이야..........!' -긴토키
그녀가 난간너머로 완전히 넘어가 떨어질 때 쯔음,
긴토키가 달려왔고, 그걸 막으려는
타카스기를 카츠라가 와선 막아섰다.
"(-)!!" -긴토키
절벽아래로 떨어지던 날, 그는 후회했다.
어째서 신은 나에게 어긋난 시간만을 부여해준 것일까.
어째서 나에게 그녀를 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일까.
"긴토키! 자네 괜찮나!" -카츠라
그리고.........
왜 지금......
"그럭저럭. 아슬아슬했어." -긴토키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일까.
신은 갑자기 그에게 그녀를 잡을 기회를 주었고,
그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긴토키는 그녀의 팔을 잡고서 그대로 끌어올렸다.
신스케는 왠지 모르게 안심한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아무래도 변하지 않은 건
저 녀석 뿐이 아니었던 것 같군....." -신스케
"그게 무슨 말이냐, 타카스기." -긴토키
긴토키는 그녀를 끌어올려 자신의 무릎위에 앉혀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한 뒤 신스케를 째려보며 말했다.
"......알 거 없다.
나도, 너희도 변한 건 없어.
그저 가는 길이 어긋났을 뿐이다." -신스케
그 말이 끝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제서야 회색하늘에서 비가 내려왔다.
그 비는 배에 퍼져있던 피비린내를 씻어내렸다.
"어이." -신스케
긴토키가 그녀의 상태를 보고 자신의 옷을 찢어 지혈을 하고 있을 때,
신스케가 그를 불렀다.
"다음에 만나면 날 죽이겠다고 했으면서, 지금 그 꼴은 뭐지? 웃기는군.
자기 동료도 지키지 못하면서 대체 뭘 할 수 있다는거냐." -신스케
그 말에 긴토키는 묵묵히 자신의 자켓을 벗어 그녀를 감싸준 뒤 안아들었다.
그리고서 지금 내리는 비를 얼어붙게 할 정도의 싸늘함으로 말했다.
"그럼 너는. 너의 부하들을 이렇게
희생시키면서까지 큰일을 할 수 있냐?" -긴토키
그 말에 신스케는 미간을 살짝 찌뿌리더니 곰방대를 들었다.
비 때문에 불이 붙질 않자 그대로 짜증을 내며
의식을 잃은채 긴토키에게 안겨있는 그녀를 보았다.
"시끄러.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부술 뿐이다." -신스케
잠시 뒤,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엘리자베스와 카구라, 신파치도 이쪽으로 올라왔다.
타카스기는 흥이 깨졌다면서 그대로 배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긴토키는 지금 당장 쫓아가서 싸우고 싶었지만
이 빗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긴상,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씨의 치료가 우선이에요." -신파치
그 말이 맞았다. 원래 있던 상처도 좀 덧난데다가 총까지 맞았다.
게다가 지금은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그녀의 체온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몸이 더 약해져서 이 상처들을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었다. 지금은.
"어이. 모두들. 부탁이 있다." -긴토키
긴토키의 말에카츠라와 신파치, 카구라, 엘리자베스가
전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힘겹게,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
어떻게든 내가 이 녀석을 데려갈테니." -긴토키
그 말에,
모두 바로 다시 갑판으로 내려갔다.
"당연하지. 어서 가게." -카츠라
[맡겨둬] -엘리자베스
"긴쨩! 대신 만약 누님이 잘못되면
죽을 줄 알라, 해!" -카구라
"뭐해요, 긴상? 어서가지않고." -신파치
긴토키는 그대로 그녀를 안아든 채 갑판 위를 달려 배의 입구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방해하는 녀석들은
다른 친구들이 막아주어 순조롭게 빠져나갔다.
'이 녀석.....아직도........' -긴토키
긴토키의 품에 안겨있는 그녀는
아직까지도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을 놓지 못했다.
그는 잠시 멈춰서 검을 손에서 빼 검집에 넣었다.
"조금만 참아." -긴토키
비가 질척하게 내린다. 처음으로 그녀와 다시 만났던 날에 내렸던 비처럼.
지금은 이 비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무슨 꿈을 꾸는지는 모르겠지만,
깨고 나면 모든게 괜찮아져 있을테니." -긴토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눈물자국.
역시 아직 그녀는 동료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했다.
윤리에 어긋난 자.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자.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빗속에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두 손을 꽉 맞잡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녀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