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루 정도 그녀가 말하는 쪽으로 쭉 항해를 계속했다.
배의 조종실. 그녀는 길을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지구를 벗어난 뒤에 점식식사를 하고 조종실 가운데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서 같이 서있는 해결사 셋.

"아, 여기서 우회전-"

마치 네비게이션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라며
그녀는 그렇게 툴툴댔다. 애초에 자기가 부탁한 건 맞지만
계속 앉아있으려니 조금 뻐근했는지 기지개를 한 번 켰다.
그러다가 무츠를 보고는 말했다.

"아, 그리고.....무츠라고 했었나? 내가 그곳에 가게 해주는 대신
나는 길잡이 역할만 할 뿐이야. 거기에 있는 원석값은 따로 붙여라?"

"주인도 없지 않은가." -무츠

그녀는 팔짱을 끼고서 벌떡 일어나서는 화를 내었다.
주인이 없기는 왜 없냐는 표정이었다.

"우리 종족자체가 주인이거든?!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둘이나 살아있......"

파죽지세로 얘기하던 그녀는
잠시 말을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자리에 앉고서
아무튼 값은 받을 거라며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그런거냐...?" -긴토키

"...........시끄러."

퉁명스럽게 그에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너무나 비참했다.
아직까지도 타이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걸 망설여하는 그녀.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 왜.
원수였던 자가 죽었는데 어째서 왜 이렇게 아플까.

'난 모르겠어.'

종족의 긍지?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
그것들 모두를 자결이라는 말도 단정지어버린 자다.
설령 유키가 허락했다할지라도, 부탁했다할지라도,
당신은 날 살려두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처음 만난 그 날 그대로 죽여야 했습니다.
당신 덕에 지금의 이들을 만났기는 했지만,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있어야했습니다.

'난 그런 것들 보다는 다른 이들이 더 소중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다시 같은 하늘아래에서 모두가 함께 웃을 길이 없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기대하게 되서, 그리고 지금 해결사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꿈만 같아서 갈망하게 되는 듯 했다.

"(-)!" -긴토키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며 우주의 별들을 보고 있는
그녀의 귀에 대고 긴토키가 빽 소리를 질렀다.

"노....놀랬잖아! 왜!"

"참나. 몇 번이고 불렀는데
이제야 대답하는거냐." -긴토키

"그렇다고 고막 파열을 시키려 작정하냐!"

긴토키는 그곳의 지형이나 기후같은 것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고 무츠가 부탁했다며 말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너무 어릴적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한건지 한참을 끙끙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손바닥을 주먹으로 살짝 치면서
기억났다는 듯한 시늉을 했다.

"그러니까.......하늘은 지구랑 똑같고
기후도 똑같아. 공기도 있고.
조금 다른 게 하나 있긴 하지만."

그녀는 그러더니 씨익 웃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무츠의 삿갓을 낚아챈 뒤 다시 자기가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먼거리도 아니었지만
몇 초만에 왔다가기란 일반인으로썬 불가능했다.
모두가 벙쪄있다 그녀가 조금은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이게 그 증거야.
달이 지구 중력의 6분의 1이라면
우리 행성은 지구 중력의 몇 배는 될 걸?
그래서 우리 종족은 거기에 익숙해져 살다가
다른 행성에 가면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는거야.
그러다보니 저절로 근력도 향상되서
야토족까진 아니지만 엇비슷한 힘 정도는 낼 수 있어.
그 민첩함덕에 암살부족이란 칭호도 얻은거고.
........뭐, 난 맘에 안들지만."

그녀는 또 다시 빠르게 움직여서 삿갓을 무츠 머리에 씌운 뒤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슬픈 미소를 드리우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래서 내가 싫다는거야. 카구라도 잘 알거야.
자기 몸이 싸움이란 단어에 휘둘려
미쳐가는 그 기분은, 정말 싫거든."

"그렇다, 해.
조종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 해." -카구라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서 다시 길 안내를 시작했다.
긴토키는 그저 그 옆에 서서 가끔가다 말을 걸 뿐,
왜 그 때 말해주지 않은 건지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까 그 미소가, 너무 슬퍼보였기에.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