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도 여름인건지 꽤나 더웠다.
소고는 제복 자켓을 벗어 손에 들었고, 예전에 도장이
있던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지금도 울리는 목검의 마찰음.
어렸을 때의 일들이 생각나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 참...... 소고 녀석, 어딜간건지......."

그 때 또 다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역시 과거의 나는 현재로, 그리고 나는 과거로 온건가.
말도 안되지만 가장 말이 되는 상황이다.
소고는 그렇게 생각하며 모퉁이에서 조금 얼굴을 내밀고서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그녀를 보았다.

"또 꿍해있으려나..... 기분 풀어주려해도 어디간지를 알아야지."

그녀는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 자신의 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퉁명스러운 말투지만 걱정한다는 것이 딱 보였다.
소고는 그녀의 궁시렁거리는 소리에 작게 웃었다.
어렸을 적에, 다들 히지카타에게 신경쓰는것이 싫어서
뛰쳐나왔을 때 누님은 쫓아와선 혼자서 내 연습을 도와주며
기분을 풀어주곤 했었지. 그렇게 회상하던 그의 목에
어느순간 번뜩이는 칼날이 들어와있었다.

".......뭐야, 너였나."

소고는 잠시 굳어있다가 손가락으로 칼등을 밀었다.
그녀는 즉시 검을 거두었고, 소고는 다시 검을
닦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좋은 검이네요." -소고

"........알 거 없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래도 표정이 조금 풀어지고 귀가 약간 붉은 것을 보고
소고는 칭찬이 좋은건가- 하고 중얼거렸다.

'누님의 소중한 사람이 만들어준 검이랬었나......' -소고

그 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소고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의 어깨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사람.

"오! (-), 누구냐? 네 연인이냐?" -곤도

그의 말에 놀란건지 당황....아 같은 말인가.
얼굴을 조금 붉히며 그를 한 대 툭 치는 그녀다.
소고도 손을 내저었다. 웃고는 있었지만.

"그....그런거 아닙니다. 그냥 쓰러져있는 걸 주워온겁니다."

주워왔다는 표현이 좀 껄끄러운 듯한 곤도.
곤도는 소고를 스윽 훑어보더니 소고의 검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새 문하생?" -곤도

그 말에 그녀는 소고를 힐끔 보았다.
셋은 우선 도장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중얼거리듯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건 본인이 알아서하겠죠."

소고는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와선 이리저리 살피며
팔을 들었다가 주물러보다가 반사신경 체크라며
한 대 내리쳤다가..... 그리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곤도에게 말했다.

"이 녀석, 보니까 꽤 실력있어보입니다."

"실력? 그걸 어떻게 아냐?" -곤도

그의 물음에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띠며 소고와 눈을 마주했다.

"뭐. 경험과.... 약간의 직감?"

그렇게 도장으로 들어간 직후,
뒤쪽에서 들어오는 누군가의 인기척에 셋다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미처 돌기도 전에, 들려오는 것은

" 네가 그 딴 녀석을 인정하는거냐?" -히지카타

짜증이 좀 섞인 익숙한 목소리.

"그것도, 고작 직감으로?" -히지카타

소고는 그를 보자마자 조금 인상을 찌뿌렸다.

모든 것을 빼앗은 주제에, 당당한 그 태도도.
(-) 누님에게 그렇게 언성을 높이는 것도.
전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렇게 멋대로 사는 것에,
그러다가 그 무엇도 지키지 못할것을 아는 것에.

무엇보다 화가 나는 그였다.

그것이, 사람이 가진 힘이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