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이..........." -히지카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하늘에서 시원하게 비가 내렸다.
그 비는 계속 내리고 내려 이 대지의 흙을 적신다.
그리고 그 흙을 적시는 빗방울에 이상한 것이 섞여있었다.
붉지도, 검붉지도 않은 아주 새까만 피가 섞여 흙을 적시고, 물들였다.
"장난이지.....너......?" -히지카타
산사에 있던 것은 나쁜녀석들을 쓰러뜨린채
씨익 웃는 그녀가 아니었다.
자잘한 상처들에 검은피를 뒤집어쓴채로 산사의 딱딱하고 차가운 돌길위에 쓰러져선
그대로 처량하게 비를 맞고있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 주위에 쓰러져있는 녀석들.
히지카타는 눈을 번쩍 뜨고선 그녀에게 달려갔다.
"괜찮냐! 정신차려, 임마!" -히지카타
히지카타가 그녀를 안고서 마구 흔들어대자
그녀는 움찔거리더니 이내 그를 세게 쳐냈다.
찰팍하는 비 튀기는 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꺼져........"
그녀는 그렇게 읊조리며 비틀거리는 몸으로
검을 검집에 넣고서 그걸 지지대 삼아 일어나 힘겹게 걸어갔다.
히지카타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렇게 움직이면 상처가 벌어......" -히지카타
그렇게 말하던 그의 입이 멈추고,
그의 표정은 굳어버렸다.
보았다. 상처를. 금새 아물어버리는 그녀의 상처를 보았다. 그래.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놀라자 그녀는 이내 살기와 분노가 실린 표정으로
으득하고 이를 갈며 그를 째려보았다.
"보지마!! 꺼져! 꺼져버리라고!
너같은 자식은!!"
처음봤다. 언제나 화나도 그렇게까진 한 적이 없었다.
이를 뿌득 갈며 분노에 찬 표정으로 눈물을 조금 흘리고 있었다.
이 비가 괴로운건지, 아니면 눈가에 묻은 비가 불러일으키는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웃으며 대충 넘기던 그녀가 이번에는 죽일기세로 화를 냈다.
"너도...너도 똑같아!!
겉으로는 친구니 지켜주겠다느니,
다시 오겠다느니 하면서 결국은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지레 겁먹지!!
전부 똑같아! 이런 위선자새끼들!!"
그는 그 말에 억지로 혼자서 가려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힘이 없는 건지 팔을 잡힌채로 말했다.
"놔.........."
그녀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그녀는 울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 우는 표정이었다.
애써 눈물을 삼키며 웃던 가식이 아닌, 진짜 우는 얼굴.
"이거 놔. 아파."
그녀는 멍하니 있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서
비 때문에 가누기도 힘든 몸으로 터덜터덜 집까지 향했다.
어쩌면 그 날 그가 그녀에게 빨리 갔더라면.
조금만 더 그녀의 속뜻을 알아차렸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그녀를 이해하고 예전처럼 다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을 뿐이다.
'아닌데.........'
후회하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아닌데. 이러려던게 아닌데.
그저 진짜 내 모습을 알고 날 버릴까봐 무서웠을 뿐인데.
왜 이렇게 멀리 돌아온걸까.
그녀의 눈물이 흐르듯, 비는 그렇게 시원하게 쏟아져내렸다.
그것은 어느 누구라도 되돌릴 수 없으며 또한 거스를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