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갇혀있는 감옥의 복도를 뛴다.
복도에 흩뿌려지는 검은 피에 단원들이 놀란다.
신경쓰지 않아.지금 내가 아는, 내가 알던 사람들 중 살아남은 단 한사람.
그대로 도착한 한 감옥의 창살을 검으로 부숴버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파편 사이로 보이는 것은,
피투성이, 눈물투성이가 된 나를 보며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는 사람.

"영감님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잖아요.....!"

겐가이. 영감님이 얼마 전 하루사메로 끌려왔다는 것을,
갇혀있는 동안 보초들에 의해 들었다.
그 이유도. 전부. 그걸 알고서 여기까지 왔지만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이미 끝났다는 걸, 알잖나." -겐가이.

끝은 없다. 단지 전환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바꾸는 계기가 무엇이 되던 간에,
지금은 바꿔야한다는 것을 안다.

"알고있어요. 겐가이 영감님이 몰래 만들던 그걸 하루사메가 노리고 아직 살려뒀다는 걸."

내 말에 그제서야 그가 나를 보았다.
단원들이 몰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진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땅을 짚는다.
서있을 힘마저, 이젠 목소리를 내는 데에 다 써버린다.

"내가. 이 손으로 돌려놓을게요."

검을 잡던 이 손으로 다시 모두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내 수명을 바쳐셔라도 지킬테니까......!"

나를 살게 해준 모두를 다시 살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철의 거리를. 모두를. 어긋난 전부를...."

다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도록.

"딱 10년. "

차라리 내가 없었다면- 이라는 바보같은 선택지는 버린다.
내가 있어서, 너희를 지킬 수 있도록.

"정확히 아니어도 되니까, 적어도 이보다 전으로, 제발......!"

이런 일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제발.
그렇게 흐느끼며 고개를 들자 내게 총을 겨누는
영감님의 모습이 보였다. 총알이 내게 날아오지만
나는 어째선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영감님이 쏜 탄환의 고통에,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그것밖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