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덥다. 왜 이렇게 더운거지?
몸위에 무언가가 있는 걸 봐선 이불인 듯 싶다.
이 날씨에는 이불 안 덮어도 충분하다고.
몸을 조금 뒤척이며 이불을 걷어내려 하자 시원한 손이
내 이마를 한 번 쓸어내린다.
"이제야 정신이 드나." -신스케
신스케의 손이었구나.
이제 진짜로 돌아왔다. 전부.
이 때까지 나 혼자 고생한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아
다시 이불을 뒤집어써버렸다.
무엇보다 지금 얼굴을 못보겠어.
또 멋대로 나서서는 걱정시켰다던지 그런 소리 들을거라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 이불 위로 와닿는 손에 흠칫하며
혼날까 몸을 웅크리자, 이내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직도 화가 나있는거냐......" -신스케
.......어? 설마 그런쪽으로 착각하고 있는거였나?
하긴 나도 이 상황에서 화를 안 내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은 어느 정도 하고있었다.
기억을 잃어서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싸늘하게 대했다는 것에 상처입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솔직히 말하면, 화났어.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이불을 치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앉았다.
그래도 자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선의가 약도 지어온 모양이다. 옆의 식사를 보니
깨어나면 먹으라고 놔둔건가.
나를 보고는 시선을 아래로 두는 그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팔이 조금 아프지만, 이 정도 쯤이야.
그렇게 얼굴을 가까이하고서 눈과 눈을 마주한 채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니까. 화난 만큼 즐거운 생일이 되도록 함께 해주셔야겠어."
그렇게 그가 멍하니 있던 그 때.
나는 그제서야 필요이상으로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닫고서 재빨리 그를 놓았다.
그러자,
".......빛났다." -신스케
급히 빼는 내 손을 재빠르게 잡아낸 신스케가, 이내 조금은
부드러워진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기억을 잃어도, 너는 빛났다.
마치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신스케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때의 신스케는 나를 지켜주었다.
성가시다는 듯 말해도 분명, 그 때의 그의 눈은.
신스케는 이내 내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내가 멍하니 있는 사이 내 양 볼에 손을 얹고서
그대로 오른쪽 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어제의 하늘에 비가 오고 네가 울었지만." -신스케
그리고는 이내, 떨어져나가서는
"오늘은 맑게 개인 하늘아래에 함께 웃는 군." -신스케
자연스레 씨익 웃어보인다.
"생일을 축하해준 존재가, 그리고 그 생일에 의미를 만들어준
존재가 너라서 감사한다." -신스케
그 말에 나도 말없이 마주웃어주었다.
"다시는 잃지 않도록, 이 손. 놓지 않으마." -신스케
아아, 정말.
"(-)." -신스케
은근히 늦는 녀석이라니까?
"생일축하합니다, 타카스기 신스케 씨."
그래도 기다리는 나는 더 바보이려나.
[Fin]
그가 있기를 바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