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그건 또 무슨 소리인건데.
왜 점점 안색도 안 좋아지고 숨도 거칠어지는건데.
타츠마에게 받아 먹었던건 또 뭔데.
모르는 것 투성이다. 대체 내가 뭘 알아야하는거지?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알아줘."
알아달라는 너의 말에 말없이 끄덕인다.
너를 지킬것이다. 설령 너를 앗아갈 녀석이 신이라해도.
그렇게 다짐했던 것조차도. 그렇게 다짐했던 야차의 이빨조차도
이젠 서서히 부숴져내리는 듯 하다.
"비록 어긋나있었지만,"
내 볼에 와닿는 이 손의 온기는, 너다.
다른 녀석이 아냐. 너는 그저 너일 뿐이었는데도.
"여전히 (-)로서 모두의 곁에 있어서 행복했어."
네가 있었기에 행복했는데,
어째서 나는 너를-
"아마 내일 아침 쯤이면 도착할, 곤도 씨에게 보낸 메일. 너도 볼 수 있겠지.
그 때 전부 알게될테니 조금만 참아, 긴토키."
"웃기지마.......!" -긴토키
어느덧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려는 너의 손을 쳐내었다.
그러나 쳐내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 손을 스치는 것은 검은색의 연기 뿐.
너의 손이 있던 자리에는 형태없는 연기만 일렁였다.
남아있는 반대쪽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는 너.
하지만 그 손도 서서히 흩어져간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는 너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그러니까 울지마. 나도 울고싶어지잖아."
바람이 인다. 노을이 이제 거의 사그라들었다.
그 날처럼 밤에 빛나듯 흩뿌려지는 벚꽃사이로
점점 흩어지는 너의 몸의 검은 연기가 일렁인다.
바람에 실려 아주 느리지만 위로, 그리고 뒤로 가는
너에게 손을 뻗으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가지마. 어딜가는거냐. 이런게 가능할리 없잖냐.
네 연기, 상처난다고 했잖냐. 하지만 안 아팠다고.
꿈이라는거 아니까 이제 그만 돌아와. 제발.
그렇게 뻗는 손에 그녀의 검은 연기가 얽힌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내 이마에 맞닿은 너의 입술. 그리고 잠시 뒤 살짝
부딪힌 이마와 아주 가까운 눈과 눈의 거리.
너의 눈물마저 바람에 흩날려 내 볼에 와닿는다.
이 온기는 진짜다. 하지만 서서히 사라져간다.
노을이 어둠에 삼키듯, 밤이 너를 삼켜간다.
저 나무 뒤에 있는 보라색의 붕대 녀석의 담배연기에
혀차는 소리와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나무위에 걸터앉아 있는 토깽이 녀석도.
뒤늦게 차를 타고와 달려오는 신센구미의 녀석들과
우리 해결사의 꼬맹이들과 사다하루도.
지금은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너를 보며 놀라는 이와 눈물짓는 자.
그리고 그런 너를 눈 앞에서 놓치는 나.
다시 태어난다해도, 지금의 너가 사라진 뒤의 우리는.
네가 남겨놓은 우리는 어쩌라는거냔말이다.
"그 때는 반드시 만나러갈테니까-"
약속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길 바랐다.
그 분도 약속이라는 말을 지키지 못했다.
그 분이 남겨놓은 것 그 자체. 그런 너마저 나는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너는 고맙다는 듯 웃으며
또한 슬픔의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는 벌써 너의 다리마저 사라져가고있다.
가지마. 장난이라고. 언제나처럼 말해, 당장.
"그러니까 그 때까지..... "
하지만 너는 꿋꿋이 말을 이어나간다.
이제는 너를 안아도 안은 느낌이 제대로 들지 않는다.
반쯤 일렁거리는 그 연기에 너에게 묻고싶었다.
괴롭냐고. 아프지 않냐고. 왜 갑자기 이래야만하는거냐고.
하지만 야속하게도 너는 역시나 내게 답을 주지 않는다.
"잠시 이별이야."
이별이라는 말과 함께, 흐릿해져가는 너의 얼굴.
"..........안녕."
이내 불어온 바람에 품안에 있던 너마저 흩어져버렸다.
그저 멍하니. 그 누구도 안고있지 않게 된 이 팔을 멍하니.
그렇게 멍하니 보다가,
나까지도 어둠에 삼켜졌다.
귀가 아닌 심장에 비수를 찔러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