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한동안은 이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것.
야토족이 태양빛에 약하고, 쿠로족이 불에 약하듯이 돌연변이였던 나는 물에 약했다.
쿠로족은 이 우주에서 하나뿐인 검은 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를 많이 흘리게 되면 동족의 피가 아니면 절대 수혈을 받을 수가 없다.
그로인해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지금 이 현상.
"(-) ......." -미츠바
"난 괜찮으니까......!
부탁이야, 제발 나가.....!!"
괴로움과 들켜버렸다는 수치심에 못이겨 또다시 울어버렸다.
이미 그들도 어렴풋이 알아챘겠지. 사실 어쩌다가 어젯밤 이야기를 엿들었다.
곤도씨가 말하는 이야기를. 내 검을 가져가 분석을 해보았다고 했다.
그들은 사실 내 정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것이다.
'숨막혀...........'
어떤 생물이던간에 체내에서 피를 어느정도 생성한다.
과다출혈일 경우엔 수혈을 받아야 살 수 있지만, 쿠로족은 수혈이 불가능하다.
이제 이 우주의 쿠로족은 나와 배신자 우라기리 타이치 둘 뿐.
수혈을 받지 않는 대신 쿠로족은 체내에서 피를 빠르게 생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고통이 따랐다. 몸이 부숴지는 고통.
온몸이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을 듯 검은연기가 되어 사라지려하다
다시 돌아오길 반복하고 숨은 막혀온다.
펄펄 끓는 열 때문에 정신도 혼미해져만 간다.
'요즘 다치기도 했고,
비도 꽤 맞았으니 그럴만도 하지.'
이런일은 겪어본 적이 이 때까지 딱 5번 있었다.
처음 내가 비를 맞고서 돌연변이란 걸 알게 된 때.
두번째는 지구에 와서 상처를 입고 비를 맞았던, 쇼요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세번째는 양이전쟁에서 꽤나 많이 다친 날에 몰래 진영 뒤쪽에서 괴로워할 때.
네번째는 처음 타카스기가 찔러 뒷걸음질치다 강에 빠져 허우적댔을 때.
그리고 다섯번째는 지금이었다.
"우선 땀이라도 닦......" -미츠바
미츠바가 내게 뻗는 손에 나는 다시 그 손을 쳐내었다.
"만지지.... 마....! 다쳐.....!"
독성이 있는 연기가. 분명 상처가 날 것을 알기에 나는 모질게 손을 떨궈내었다.
싫었다.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것이.
누구에게도 속할 수 없는 이 슬픔이 절망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타이치가 날 지구로 보낸 것은, 이 절망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커헉.........!"
이번에는 특히나 너 증상이 심한 듯 하다.
방바닥에 흩뿌려진 검은색의 혈흔이 마치
바닥에 꽃이 핀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지만,
차라리 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너무나 잔인했기에.
"어이, (-)!! 정신차려!" -히지카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들을 보며
나는 흐릿한 눈으로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누님!!" -소고
"(-)......!" -미츠바
"대체 어떻게 해야......!" -곤도
아닌데..... 난 전혀 아픈게 아닌데......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것 뿐인데....
나는 그저 평범하게 섞여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저 모두와 함께 같이 있고 싶은 것 뿐인데.....
그런데 결국 또다시 걱정을 시키고 말았구나. 나는.
"괜....찮아.
이건 그저 고여있던 피가
빠진거고, 하루정도 있으면 괜찮...아져."
사실은...... 전혀 화나지 않았는데.
그저 걱정되서 그런 거였는데.
혹시라도 무장경찰을 하다 죽을지도 몰라서. 지켜주고 싶어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숨어버렸다. 연기가 조금씩 잦아든다.
그러자 미츠바가 날 무릎위에 눕혔다.
.....따뜻해. 그 따뜻함에 점점 편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고통으로 눈물맺힌 눈을 곤도씨에게로 돌렸다.
"알고..... 있었죠.....?"
"................." -곤도
내가 천인이라는 것을 알고도, 모두는 날 평소처럼 대해주었다.
아니, 아예 그런 사실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 따뜻함에, 나는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웃어보였다.
"원래.....이러는거니까.... 가끔 이러는 거니까.....
하루정도 이러니까...... 내일이면......"
하지만 내일이라는 그 단어에, 나는 또다시 울어버렸다.
숨이 다시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 내일... 내일이구나.
"내일......떠나는거지.....?"
괴로움을 삼키다 못해 눈물을 삼키다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허탈하고 또 슬픈 표정. 하지만 애써 웃으려 하면서도 울고 있는 그 표정에,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전부 바뀌어버려. 언제나 내 곁에서 떠나가버려.
그리고 또 다시 다가와선 또 다시 가버려.
마구 바뀌어버려. 나에겐 아직 이런 감정은 무서운데......"
나는 손에 묻은 자신의 검은피를 한 번 보고는
그 손의 손등으로 내 눈을 가리고서 한숨과 비명을 토해내듯 말했다.
"가."
이렇게 검고 다른 이의 피로 더러워진 내 손을 마주 잡아준 것도,
그리고 나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여준 것도. 전부 너희다.
그러니, 이이상은 발목 잡으면 안되겠지.
"대신. 또 다쳐서 오지 말고, 가끔씩은 이곳에 돌아와 내 심심풀이나 해줘."
나는 그대로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바닥에 흩뿌린 피를 보고 더럽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 말에 고개를 가로로 내젓는 그들이다.
진심이 담긴 옅은 미소를 짓고서 잠들기전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내가 건넨 말은,
그분께서. 내게 하셨던 말.
"약속이다?"
웃어주는 모두의 표정에 나는 미소를 띠고서 눈을 감았다.
아까와 고통은 같은데. 마음은 편안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아아........ 오늘 아파서 다행이야.
오늘아프면, 내일은 마중을 나갈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아프기 때문에 더욱 절실해져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여름바람이, 그렇게 내 눈을 감기는 듯 했다.
괴로워 하는 그녀는 모두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나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