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라." -신스케
신스케의 한마디에도 놀라는 기색 전혀 없이
그저 아주 미세하게 미소짓고있었다.
그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을 챙겼고,
신스케는 그런 그녀의 팔을 붙잡고서 날카로운 눈을 한 채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쓸데없이 쓰는 건
안좋아한다는것을, 알텐데?" -신스케
알아. 라는 한마디 뿐인 (-).
신스케는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거냐며 이를 으득 갈았고,
그녀는 이내 몇 걸음 다가와 그의 앞에 섰다.
"......난-"
입이 벙긋거리기 시작하고,
물기어린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점점 느려지고, 길어져 가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들어있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지금 그녀와 그가 마주서있는데.
그는 놀란표정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고있는 것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것들이, 이 방 안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신스케는 이내 손에 들고있던
검마저 놓치고말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은 채 고개를 숙이고서 한숨과 탄식을 동시에 뱉어내었다.
"........이제와서......" -신스케
그 딴 뭣같은 이야기를 믿는 내 자신을 증오한다.
죽어? 그것도, 그 나약하고 쓸모없는 녀석들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죽어야만한다는 이유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서
돌려보려고해도 내겐 그럴 힘이없다.
그리고 이제와서 지나버린 시간을 뒤바꿀 힘따윈.
"이제와서.... 이제와서 뭘 바꾸려드는거냐......!" -신스케
나 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덜덜 떨리는 미소를 짓는
네가 밉다. 밉고, 분노로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내 욕심으로 널 잡아두려는 것도 모자라 죽임 당했으면서도
왜 너는 그토록 잡고 늘어지는거냔말이다.
적어도 그 때 네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내가 널 인형처럼 만들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랬다면 지금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부질없는 후회를 이미 몇 번이고 겪어본
신스케는 더 이상 고개 숙인 채 있지 않았다.
"내가 다른 녀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그대로 무덤까지 가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하는거냐?" -신스케
그렇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날카로워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제서야 흘러넘치던 눈물을 내보내고있는,
눈물을 떨구면서도 슬픔에 웃고있는 사람.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 그의 떨리는 눈동자.
그런 그녀가 애써 내뱉은 한 마디.
"너니까. 믿으니까."
정말로 믿는다면.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는건데.
믿는다면 그런 소리를, 이야기를 해선 안되었다.
그 뒤에도 예전처럼 너를 대해줄 자신도 없고,
앞으로 네가 옆에 있을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이런 나를 믿어서 뭘 하겠다는건지.
너는 내가 붙잡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도 내 용서를 바라는건 아니겠지." -신스케
"용서를 구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다른 녀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내치고,
너의 그 말도 안되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존재가 필요한 것일 뿐이다.
차라리 자신을 원망하라는 듯한 너의 그 눈에서 나오는
눈물은 투명하다. 그리고 아직도 검은 연기가 희끗거리는 손.
떨리는 손을 잡는 너와 마찬가지로 떨리는 손으로
곰방대를 잡는 내게, 너는 또 다시 물었다.
"........언제부터였어?"
"무슨....." -신스케
"내가, (-) 인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게. 언제부터였냐고."
이내 단호해진 그 말투에,
이젠 숨마저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