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 -미츠바
미츠바 누님의 말에 뒷통수를 긁적이다가도
다시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보는 (-) 누님이다.
예전에는 저런 분위기셨지. 낯선 사람에겐 저래도
가족에게는 저정도까진 아니셨지만.....
내 검을 보고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아, 이쪽은 (-). 쓰러져있던 당신을 데려온게 저 아이에요." -미츠바
"(-)........인가요." -소고
"멋대로 내 이름을 부르지마, 수상한 녀석."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쪽으로 다가와선 앉은 뒤
내 이마에 손을 얹으며 열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다.
누님의 원래 모습을 알고있는 저로선, 아무리 그렇게
모질게 대해도 다 알겠다구요.
"......아픈 건 아닌 듯 하군."
그리고는 나를 옆으로 나오게 하더니 이불을 갠다.
이불 정리를 마친 뒤 미츠바 누님이 건네는 차를
받아마시고선, 내게 다시 묻는다.
" 거기에는 왜 쓰러져있던거지?"
대략 10년후의 당신이 데려온 벌레 때문에
이렇게 왔습니다만- 이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이름을 밝힐 수도 없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그녀는 내 옆에 주저앉아서는
제복의 옷깃을 잡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 복장, 뭔가 제복같기도 하고......."
순간 느껴지는 살기에 소고는 몸을 움츠렸다.
막부에 관련되있다면 죽일 듯한 눈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사그라들었고, 그녀는 흥미없다는 듯
일어나서 문으로 향했다.
"뭐. 상관없나."
나가기 직전, 뒤를 스윽 돌아보았다.
"보아하니 검도 다루는 것 같고.
심심하면 도장에 놀러오던지 말던지."
그리고는 내 검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나가버리는 그녀다.
저렇게 싸늘한 누님이 싫다기보다는,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다.
어색해하는 내게 미안한건지 미츠바 누님은 웃으며 말했다.
"하여간에 (-)..... 저렇게 말해도 상냥하다니깐." -미츠바
미츠바 누님은 내 검을 들어 내게 주려했다.
무거운건지 조금 힘들어해서 나는 그걸 바로 받아들었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몸이라도 풀라는 의미겠죠. 아까 검 손질도 다 해주었어요." -미츠바
이미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무겁던 검이 미세하게 가벼워졌다.
안그래도 요즘 좀 무뎌졌었는데, 검을 살짝 꺼내
칼날을 보니 예리하고 날카롭게 잘 갈았다.
역시 누님 솜씨는 예전에도 이랬구나라는 생각과
더 이상 여기있으면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아 일어났다.
"그럼, 저는 도장에 들렀다가 가보겠습니다." -소고
"어머, 벌써요? 더 계셔도 괜찮은데...." -미츠바
정확히는, 돌아가기 싫어지는거겠지만.
"아닙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소고
아닙니다. 아니에요. 감사했습니다라는 말 따위를 하려던게 아닙니다.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아요.
고맙습니다. 떠나지 말아요. 더 있어주세요.
왜 떠나야만했나요. 왜 제게 고맙다고 했던 건가요?
보고싶었는데. 마치 환상같았던 당신이 앞에 있는데.
떠나야만 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행복....하세요." -소고
그 모든 말을 애써 삼키고서 힘겹게 입을 떼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시간들에도 행복은 숨어있으니까." -소고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시간에 부모님을 빼앗겼고,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시간에 당신마저 빼앗겼다.
이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다며 어린아이처럼 이미 지나간것들을
붙잡고서 검을 든 것이 한 두 번, 수십번도 아닌 수백번이다.
"그 무엇하나 놓치지 말고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소고
그 지나치는 것들 속에서의 행복을,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나보다 더 많이 검을 잡아왔다.
이젠 그녀도 내가 어떻게든 지켜야할 것 중 하나.
"지나가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소고
이미 떠나버린 당신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
대신 당신이 남겨놓은 모든 것을 지킬 것입니다.
저 자신도. 당신이 남겨놓은 저 자신도 지킬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더 이상은 걱정따윈 하지말고.
"지금을 행복하게사세요." -소고
행복하세요. 누님.
"좋은 말이네요. " -미츠바
끝을 알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좋은 말을 현실로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람이 가진 힘이라 믿고 싶습니다.
과거의 (-) 누님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