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푸르게 빛나는 하늘. 어제 비가 왔다는 것을 잊을 만큼 맑았다.
그런 빠른 시간의 흐름속에서,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멈추어있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집 한 채와 어떤 도장 하나.

"휴우.....오늘은 좀 덥네."

또 다시 여름이 되었다. 그들이 떠난 날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다는 뜻이겠지.
어제 비가 와서 계속 누워있었기에 오늘은 청소를 좀 했다.
그래봤자 도장도, 집도. 지금은 나 혼자 뿐이지만.

"이젠 여름인가.........."

나는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에 눈을 찌뿌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도 고요한 집. 아무도 있지 않고 나만이 있는 이 집.
그런 이 집이 너무나도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우리집과 풍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모두 지금 쯤 덥다고 난리겠네. 듣자하니 제복 입는다던데 꽤나 덥겠지?"

그렇게 말하며 청소 마무리를 하고 다시 집의 마루에 걸터앉았다.
그리고선 숨을 한 번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한숨짓는다. 그 한숨이 퍼져선 하늘까지 닿을 것만 같다.
모두가 떠난 뒤로, 미츠바는 나에게 편지 한 통없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 새삼 옅은 미소가 나왔다.
절대 기쁨의 미소가 아닌, 왠지 모를 허탈함과 의문이 담긴 미소.

'모르겠어.'

나는 아직까지도 옛 친구들을 잊지 못했다.
심지어 신스케 마저도. 그가 나를 죽이려했다는 배신감보다는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를 만나면 이성을 제어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난 모르겠어. 너희들에게 뭐가 중요한 건지.
나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야. 그렇다면 복수도 잊고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텐데.'

자신이 천인이라는 걸 알아도 그들은 전혀 나를 꺼려하지 않았다.
양이전쟁 때도 나를 믿고서 등 뒤를 맡겼었다.
그렇기에 나도 그들과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긴토키....즈라....타츠마......
신스케.......전부....살아있는걸까.'

나는 계속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이내 이렇게 우울하게 있을 바엔
미리 물이라도 길어와야겠다고 생각하며
큰 나무통을 들고서 근처의 샘으로 향했다.

"요즘 너무 힘을 안썼나. 좀 무겁네."

서.... 설마 나 진짜 늙은 건가? 거짓말이지? 거짓말이겠지?
그냥 싸움을 한지 오래되서 이런 거겠지?
오늘도 나는 혼자서 온갖 생각을 하며 걷기 시작했다.
하늘은 푸르렀고, 그 위를 이름 모를 새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하늘을 맴돌며 울어대는 새. 아무래도 손님이 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 했다.
설령 그것이 불청객일지라도. 손님은, 손님. 이려나.

"오늘은 날씨가 건조해서 좋네~"

습기가 차지 않고 햇빛도 구름에 적당히 가려진 날씨.
비와 물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최적의 날씨였다.
나는 흥얼거리며 샘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 혼자는 조금 쓸쓸하네.'

언제나 소고랑 히지카타가 티격대는 걸 보고 쿡쿡거리며 걸어오던 이 길.
이 길엔 더 이상 그들의 흔적은 없다.

"산사에 나뭇잎 좀 나중에 치워야겠다."

이따금씩 곤도씨나 히지카타, 소고 등 도장 사람들과 올라와선
밤하늘을 보며 연습하고 웃고 떠들던 산사.
이 산사엔 더 이상 그들의 흔적은 없다.

"거의 다왔네........."

모두가 함께 모여 식사하며 미츠바가 웃으며 반겨주던, 시끄러우면서도 활기차던 집.
이 집엔 더 이상 그들의 흔적은 없다.
더 이상...... 그 누구의 흔적도 이 곳엔 남아있지 않다.
그런 생각에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마의 땀을 닦아내던 그 때였다.

"어........?"

이젠 이 집에는 내 흔적만이 남아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뭐야, 저건?'

나의 흔적만 남아있어야했다. 그런 집에, 이 마을에.
또다른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런 흔적이 없어야할 곳에, 마당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무언가가 있었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움직이는 걸 보니 사람인 듯 했다.

".............왠지 불길한데."

나는 빠르게 비탈길을 내려가 집으로 향했다. 불시착한 배 하나.
우주에서 온걸까, 아니면 에도에서 온 걸까.
혹시..... 미츠바? 아니면 곤도씨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혹시 모두가 온게 아닐까 싶어 불안 반 기대 반으로 내려갔다.

'어디..........'

집에 도착해 물통을 뒷마당에 두고 천천히 집의 앞쪽으로 갔다.
어느새 그 배에서 내린 듯한 사람들이 이 근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 나는
잠시 집의 뒷쪽에서 기다렸다.

'천인?'

나는 순간 천인들을 보고서 검을 잡았지만, 다시 손에서 힘을 뺐다.
여기서 들키면 왠지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직감- 일까. 어쩌면.

결국 또 다시 검을 쥘 거면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