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강해지고 싶은데......"

카무이는 그대로 돌아서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

"그럼 놓으면 되잖아." -카무이

카무이가 갑자기 불쑥 옆으로 오자 그녀는 언제 괴로운 표정 지었냐는 듯
다시 무표정으로 바뀌어선 아직도 안갔냐고 말했다.

"그럼 왜 싸우는거야?" -카무이

"지키려고. 소중한 것들을."

그저 야토의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싸워오는 것만 본 카무이는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그녀는 카무이가 든 우산과 치파오를 보더니 한숨쉬며 말했다.

"너희같은 야토들은 모르겠지."

그 말에 카무이가 역시 들켰었다는 생각에
아까의 그녀가 생각나 조금 움찔했다.
그녀는 걱정말라면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싸우는 이유가 있으면, 더 강해질 수 있어."

"나도 강한 상대랑 싸우는거 좋아해-" -카무이

카무이의 천진난만한 말과 표정에 그녀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너는 싸우는 이유는 없는거네?"

그 말에 딱히 반박 못하는 카무이였다.
그저 싸울 뿐이기에 더욱더 약한자를
궁지로 몰고 손에는 피의 감촉을 갈구한다.
그것이 야토라고 믿어오던 카무이로썬 이유따위는 없었다.

"그럼, 정했어." -카무이

그래. 그렇다면 알아보자.
한 번 쯤은 약하다는 것을 알아봐도 상관없겠지.

"뭘?"

카무이는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씨익 웃어보였다.

"그쪽이랑 싸워보고 싶어졌어." -카무이

그 말에 그녀는 빠르게 카무이의 우산을 검을 휘둘러 튕겨냈다.
아까까지만해도 가만히 있었는데.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카무이는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까불기는. 니가 크면 야토라서
이길지 몰라도, 지금은 무리야.
적어도 다섯살은 차이난다고?"

그녀는 재미있는 듯 웃으며 카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 손의 상처에서 나온 검은 피가 분홍색의 머리를 물들였다.
미안하다며 말하자 카무이가 왜 피가 검은색이냐고 물었다.

"뭐 그냥...........이런 피,
지금은 전 우주에 날 포함해 2명 뿐이지만."

그녀는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옷과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얼른 가라. 천인을 살려준 걸 알게되면 골치 아파지니까."

"그런 당신도 천인 아냐?" -카무이

그녀는 피식 웃으며 '그러네' 라고 읊조리고는 어린 카무이를 뒤로하고서
그녀는 동료들이 있는 쪽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하던 카무이는, 이내 그녀를 부르며 말했다.

"그럼 그쪽이 내 싸울 이유가 되면 되겠네." -카무이

".......뭐?"

"강해질게. 그쪽을 뛰어넘을 때까지.
그리고 내가 더 강해지게 되면, 그 때는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
당신은, 야토인 내 힘에 부숴질 만큼
약하지 않으니까. 괜찮을거야." -카무이

그 말에 그녀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선
자신의 칼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서
마지막으로 그 아이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그래. 몇 번이고 뒤쫓아와봐, 꼬마야.
그럼 나는 몇 번이고 네 손을
떨쳐줄테니. 그리고 그 때의 네 표정을
똑똑히 지켜봐주지."

그리고는 이내 그대로 떠나버렸다.

"잘 있으라고. 야토꼬마."

왜 였을까.

그녀의 그 뒷모습이 한 순간 너무나도 작게 보였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을 붙잡고서 멍하니 하늘을 본다고 해서,
그것들이 돌아오진 않아." -카무이

"................"

그녀는 카무이의 말에 아무말없이 그저 등을 돌릴 뿐이었다.
멀어져가는 검은색. 납빛으로 드리운 하늘.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이 오싹함.
언젠가 이 즐거우면서도 떨리는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그 때까진,' -카무이

잠시, 당신에게 작별을-


거짓으로 만드는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