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토. 끼어들지 말랬지." -카무이
"그래도 제독 때문에 팔이 잘렸거든?! 비록 의수이긴 하지만.
어쨌든, 위험해. 저 아가씨, 상태가 이상해." -아부토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입가에 묻어있던 자신의 검은 피를 스윽 닦아냈다.
그리고는 그대로 검을 바로잡고서
카무이에게 달려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이거이거....마치 그 때
제독 동생이랑 비슷한 상황이구만." -아부토
"시끄러 아부토."
그렇게 그녀의 진짜 힘을 조금이나마
느낀 카무이는 그제서야 눈을 제대로 크게 떴다.
주변의 공기가 몇 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고,
또 다시 둘의 싸움으로 인해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뒤늦게, 해결사와 츠쿠요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 -긴토키
긴토키는 그 상황을 보자마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타카스기에, 조금 위험한 상태가 되어버린 듯한 카무이까지.
"긴토키냐." -신스케
"타카스기....네 놈.........!"
당장이라도 타카스기를 공격하고 싶지만
그녀의 안전이 우선이라 생각한건지
긴토키는 몇 번이고 그녀를 불렀다.
"(-)!! 정신차려!!" -카무이
"그만둬라, 해! 카무이!!" -카구라
그들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계속 무표정으로
무의식적인 공격같은 맹공을 퍼부었다.
이대로 가다간 방이 다 부숴질 지경이었다.
긴토키는 이 달빛아래 울려퍼지도록 다시 한 번 외쳤다.
"(-)!! 제발 진정해!!" -긴토키
그 말에 잠시 그녀의 맹공이 멈춘 듯 하더니
카무이의 우산을 검으로 막은채 그녀는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긴토......."
그리고 돌리던 그 순간, 그녀의 힘이 조금 빠지자
카무이의 힘에 의해 그녀는 그대로 튕겨져나가선
뒤쪽의 벽에 박히다시피 부딪혀버렸다.
쩌적하고 갈라지는 벽의 소리와
그녀의 각혈. 긴토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 -신스케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른것은 긴토키가 아닌 타카스기였다.
"........에?" -카무이
그제서야 카무이의 눈매가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카무이는 잠시 동그랗게 된 눈으로
벽에서 떨어져나와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보았다.
"어째서.......?" -카무이
카무이가 멍하니 그렇게 읊조리자
긴토키가 그대로 달려와선 그녀의 검을 손에 쥔 채
카무이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카무이는 그것조차도
한손으로 든 우산으로 막은채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로 쓰러질리가 없는데, 어째서?" -카무이
"네 놈 때문이잖냐!!" -긴토키
긴토키의 말을 듣고 카무이는 쓰러져선
카구라에게 부축받는 그녀를 보다 말고 긴토키를 보고선 말했다.
"그래.....알겠다. 형 때문이구나.
형 때문에 흔들려서.....그렇게......." -카무이
"무슨 소리를 하는........." -긴토키
카무이는 그대로 긴토키를 세게 튕겨냈다.
그대로 몸이 붕 떠있다
착지하자 긴토키의 신발과 바닥의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카무이는 그녀를 지그시 보더니
이내 우산을 들고 망토를 두르고서 갈 채비를 했다.
"이제 알겠어. 그녀를 완전히 이기려면,
완전히 그 약속을 지키려면 어떡해야하는지." -카무이
그는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채 가게에 대한 값과
그녀의 치료비까지 바닥에 봉투째로 내려놓고서
그대로 지붕위로 올라가선 사라져버렸다.
조금 뒤. 긴토키는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안아들어 병원으로 갈 준비를 했다.
저쪽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타카스기는,
그녀의 기모노에 달려있던
유채꽃을 보고는 자기자신에게
조소를 흘리며 어느순간 저 밤의 사이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큭........."
그녀가 짧게 괴로워하자 그녀 곁에 있던 모두가 여러번 불러댔다.
그녀는 이내 숨을 조금 고르고서 자신을 안아들고있는 긴토키에게 말했다.
"......나 한심해. 또 정신줄 놓쳤네."
"지금 그게 문제야?!
얼른 치료해줄테니까........!" -긴토키
긴토키는 그녀가 말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했다.
그녀를 안은채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하여간 그 괴물자식이..........!" -긴토키
그가 무서운 표정으로 이를 갈며 말하자
그녀가 그런 그의 옷깃을 꽉 쥐고서 말했다.
"그러지마.....긴토키........."
"그렇지만 그 야토자식이 널......!" -긴토키
그녀는 입가에는 조금은 슬픈 듯한 미소를 띤채
눈을 감으며 숨을 내쉬었다.
"나도.......똑같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잠들었다.
'어쩌면 그 때 내가 어린 카무이에게 했었던
그 말은...........'
왠지 모르게 그 날의 전쟁의 흑영이였던
과거의 자신이, 현재이자
미래의 자신에게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서
언제나 싸워오고 있었던 사람은,
조금은 슬픈 미소를 띤채 은빛 나비의 품에서 잠들었다.
그 약속을, 언제까지고 지켜오고 있던 너와는 다르게 나는......
어쩌면 우리들 모두, 닮았을지도.
갈망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