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임?" -카무이
"그래."
목을 어루만지다가 자신이 상처를 낸 내 팔을 본다.
쓰다듬으려는 듯한 그 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피가 흘러내리는 내 팔을 보며 슬픈 표정을 짓다가도,
무표정이 되어 자신의 옷 소매를 찢어 내 팔을 감는다.
네 상처는 이미 아물고 있지만 역시나. 회복속도가 더디다.
"네가 이미 죽인 이들에 대한 나름의 사죄."
"내가 죽인 이들과, 네가 무슨 상관인데?" -카무이
또 지킬 걸 찾은거야? 아아, 정말 못 말린다니까.
내 앞에서 네 몸 하나도 제대로 몸 지킬거면서.
그리고 너에게는 너 자신의 죽음의 냄새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것도 꽤나 섞여있잖아.
왜 그런데도 그렇게 필사적인거야?
이 물음에 너는 아까와 같은 대답을 할까.
"......적어도 지금의 너와 내 사이 만큼이나 좋은 사람들."
너와 내 사이가 단지 사냥감과 포식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렸다.
그 탓에 지금 나는 이렇게나 괴로워, (-).
그런데도 너는 어떻게 또 웃고있는거야?
"너는 그저 이것만 알면 돼."
슬픔을 담은 그 미소는, 그야말로 달.
"제 4사단 단장이 되어달라고 말했지?"
그 말에 나는 주먹을 쥐고서 눈을 떴다.
웃고있던 눈이 이제는 동그란 눈이 되어 너를 응시한다.
"그거, 미안하지만 못 이뤄줄 것 같아."
그리고 이니니 서서히 가라앉았다.
낮게 내려않은 푸른 눈의 내가, 너의 검은 눈 안에 들어찼다.
이제서야 이유모를 한숨 섞인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나왔다.
"역시 넌 내가 알던 예전 전장에서의 너가 아니구나." -카무이
눈치챌 줄 알았다는 듯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녀다.
차라리 너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내게 화낸다면,
아무런 말없이 편안하게 한 번에 보내줬을 텐데.
나를 올려다보는 너를 지금 당장 삼키고 싶다.
너와 같은 색의 밤에게 삼키기 전에.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더 조사해보라 시키려했-" -카무이
"그만."
하지만 너는 내 입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내개 두 팔을 걸친 채 몸을 축 늘어뜨린다.
똑똑하고 떨어지는 눈물이 바닥에 원을 그린다.
너의 검은 피에 섞여드는 정반대의 투명한 눈물.
이내 고개를 들고는 내게 한 마디 한 뒤,
"........이제됐어, 밥통제독씨."
다시 고개를 숙이고서 작게 흐느낀다.
우는 그 소리에 섞인 게, 왜 안도의 한숨처럼 들리는지.
"됐으니까.... 이제 내가 할 일은 끝났으니까....."
귀에 들어오는 한 단어를, 반복해 말한다.
"할 일?" -카무이
내 질문에 너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지키려고 했던 것들 부터,
내가 죽였던 녀석들, 그리고 하루사메의 녀석들,
아부토, 그리고 나까지. 심지어는 귀병대도.
그렇게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나는 그저 서있을 뿐.
이젠 더 이상 가면같이 쓰고있던 미소도 지어지지 않았다.
왜. 왜. 어째서.
왜 너는 그렇게.
왜 혼자서 싸워온거야, 왜.
대체, 왜."임무 완수했으니, 저는 이만 갑니다 밥통제독."
그렇게 어미에 나를 칭하는 말을 붙여 말하고선,
너는 떨어진 네 검을 주워 출구로 향했다.
그 순간 세게 붙잡은 네 팔에 붉은 자국이 새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아픈 기색 하나없이 돌아본다.
"......내일 올거지?" -카무이
나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감정조차 드러내지 않고
평소와 같이 웃어줘야겠지.
"명령이야, 부탁이야?"
너의 또 다른 질문에 이젠 말도 안되는 답까지 내놓는다.
".......둘 다." -카무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 날, 나를 바꾼 것은 네가 아니다.
내가 너를 바꿔버렸을 뿐.
가라앉은 슬픈 눈으로 나를 보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