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지욱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망자들의 비명소리.
그 모든 것조차 희미해질 정도로 크게 울려퍼지는 한숨소리.
툭하고 염라대왕이 책상 위에 엎어지자
쯧하고 혀를 차는 그의 보좌관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순간 '맞는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돌아도 일어나기 싫을 만큼
피곤한건지 추욱 쳐져 있는 그.
그런 그의 속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는
호오즈키 였기에 이 이상 긴 말을 하지 않고
한숨과 함께 한마디를 내뱉었다.

"쉬는시간이 끝났습니다, 염라대왕 님." -호오즈키

"에- 벌써?" -염라대왕

"예. 그러니까 얼른 제대로 앉아서 일이나하세요." -호오즈키

찡찡거리는 염라대왕이 엎어진 책상의
바로 앞부분에 볼펜을 던져 박아넣는다.
콰직하고 머리 위쪽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소리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염라대왕이 그제서야
다시 몸을 일으켜 앉았다. 호오즈키는 그런 그에게
앞에 있는 서류를 부채로 툭툭 치며 보라는 듯 시늉을 했다.

"이번이 오늘 일의 마지막 입니다." -호오즈키

그 말에 후우하고 숨을 내뱉으며 다시 정신을 차리는 염라대왕.
현세에 알려진 근엄한 모습을 유지하고서
잠시 뒤 옥졸에 의해 끌려온 망자를 향해 소리쳤다.

"얼굴을 들라!" -염라대왕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않는다.
호오즈키가 꿇어앉히게 만들라는 듯 고갯짓을 하자
망자를 끌고온 자그마치 옥졸 4명은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이상하게도 망자는 흰 옷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서 계속 버둥거리고있었다.
옥졸 4명이 온 힘을 써서 잡아두고 있었으며,
그 중 한명이 호오즈키에게 답했다.

"그게.... 옥졸의 모자를 뺏어쓴 뒤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옥졸1

"저희들이 힘으로 하려해도, 워낙 쎈 지라....." -옥졸2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저항을 시작한다.
꽤나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그녀는 그대로
옥졸의 허리춤에 있는, 정확히는 옥졸이 그녀에게서
빼앗은 검을 다시 되찾은 뒤 옥졸들을 떨쳐내었다.
호오즈키는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스윽 훑어보았다.
좋지 않은 상태다. 어딘가 지쳐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그 이상으로 고통스러워보이는 몸상태에
의아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짧게 한숨을 내쉰 그는 이내 옆에 세워둔 쇠방망이를 들었다.

"제가 하죠." -호오즈키

쇠방망이를 들고서 빠르게 땅을 박차고서 뛰어든다.
묵직하게 쇠방망이를 내려쳐 끝내겠다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검집으로 막고서 가볍게 흘려보내었다.
그리고는 호오즈키가 다시 다른 손을 뻗어 잡으려하자
그 팔을 다리로 재빠르게 걸어 막고서
그대로 그 팔을 박차고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호오즈키는 흠집이 조금 난 쇠방망이를 보고선 쯧하고 혀를 찼다.
옥졸들이 가세하자 한 손으로는 모자를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 검을 잡아 크게 휘둘러 그들을 떨쳐낸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그걸 지켜보던 호오즈키는 손에서 쇠방망이를 놓았다.

".....호오." -호오즈키

어디까지 반응할 수 있을까.
호오즈키는 염라대왕의 책상에 꽂혀있는 볼펜을 뽑은 뒤
힘을 잔뜩 실어 그녀에게 던졌다.
옥졸들을 떨쳐내다가도 펜을 검집으로 쳐내는 그녀.
호오즈키가 반응 속도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눈을 하고서
다시 쇠방망이를 들고서 뛰어들려던 그 순간,

"호오즈키 님!" -나스비

두루마리를 한 아름 안은 채 들어오는 나스비에게
튕겨낸 펜이 날아들었다.
에? 하고 멍하니 있는 나스비에게 맞는다고 생각해
호오즈키가 다른 펜을 던져 막으려던 그 순간,
일순간 바람이 조금 일며 어느새 나스비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그녀가 쓰고있던 옥졸의 모자 뿐.
그렇게 모자가 벗겨진 그녀를 본 이들이 모두 굳은 이유는 단 한가지.

"하아....?" -호오즈키

가운데도 아닌, 오른쪽에 나있는 외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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