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신청해주신 '바가지머리' 님 감사합니다!]
카무이는 내가 오자 신나선 방까지 앞장서 걸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찰랑이는 머리카락.
'길다........'
원래 사람한텐 여러가지 욕구가 있다. 예를 들면,
모자 쓴 사람의 모자를 벗겨보고 싶다던가, 머리를 풀고
다니는 사람 머리를 묶고싶다거나.
지금 나는, 그 머리를 풀고 싶어졌다.
"(-)?" -카무이
내가 머리카락을 잡자 카무이가 조금 놀란 듯 했고,
나는 그대로 머리를 풀어버렸다. 그리고.......
"뭐하는거야, 나 참......." -카무이
"........나 너랑 안 놀아."
"에?" -카무이
내가 먼저 빠르게 앞서가버리자 머리를 다시 묶으며
내 뒤를 쫓아오는 그다.
아니, 어떻게 여자인 나보다 예쁘냐고.......
"흐음........." -카무이
카무이는 내 뒤에서 날 빤히 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보이고는 이내 빠르게 쫓아와선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으앗!! 뭐하는거야, 카무이!!"
"가만히 있어봐." -카무이
그리고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어라? 설마 이 녀석 지금
내 머리를 묶고 있는거야?
"다 됐다~" -카무이
"바....방금 뭐한거야?"
카무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땋은 내 머리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어디서 난 건지 다른 끈으로 자신도 머리를 다시
원래대로 땋고는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겨 팔짱을 꼈다.
"염색까지 했더라면 재미있었을텐데-" -카무이
"에엑? 그거 무슨 의미......."
그리고는 내가 말할 틈새도 주지 않고 나를 끌고가기 시작했다.
같은 머리를 하고서 다니자 선원들이 뭔가 이상한 시선으로 본다.
아니라고! 커플 머리 같은거 아니란 말이다!
"어디 가는거야, 카무이.....!!"
카무이는 대답없이 그저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미소를 띤 채 나를 끌고 갈 뿐이었다. 아니, 하다못해 끼고있는
팔짱이라도 빼! 다들 오해하겠어!
"찾았다." -카무이
"응? 뭘 찾아?"
카무이의 장난기 가득찬 미소에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어라? 신스케? 출장갔다가 돌아온건가?!
꽤나 오랜만에 보는지라 나는 지금 카무이와 팔짱을
끼고있는 것 조차도 잊고서 그를 불렀다.
"신스케!!"
"아아, (-)인가. 언제 마중나왔.....?!" -신스케
신스케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다가 나를 보고선
흠칫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 옆에서. 그것도 나와 팔짱을 낀 채
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카무이를 보고서 그러는 거겠지.
".......놔라." -신스케
"내가 너의 명령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어때, (-) 머리도
나랑 똑같은게 어울리......" -카무이
그 순간, 무언가 오싹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듯 했고
어느새 카무이와 나의 사이로 신스케의 검이 파고들었다.
카무이는 바로 나를 밀쳐내었고, 신스케의 검이
내 머리를 땋았던 카무이의 머리끈을 끊어버렸다.
"위험하잖아. 하마터면 (-)까지 다칠 뻔했다고?" -카무이
"그녀는 애초에 내가 베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은 어디 한 번, 춤춰볼까." -신스케
"헤에- 재미있겠네-" -카무이
그렇게 피식거리며 웃던 둘의 사이에, 순식간에 싸늘한 기운이
드리우고 싸우기 시작했다. 울려퍼지는 검과 우산의
마찰음에 모든 단원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머리 푸는 일이 이렇게 번지는 걸까.
결국 둘의 싸움은 저녁이 되어 배가 고파진
내가 말리기 전까지 지속되었었다.
@카무이의 머리를 풀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