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맑음. 아니, 정확히는 조금 흐리다.
그래도 이 정도면 쾌적한 날씨.
습기도 없고, 카구라나 카무이같이 야토에게 치명적인
햇빛도 구름에 가려져 그닥 강하지 않다.
내 기준에선 맑은 날씨려나.
그렇게 기분 좋게 카구라와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윽......!!" -카구라

카구라의 소리에 앞을 보니,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카구라의 목소리에서 혐오와 경멸이 묻어났다.
아니, 왜. 왜 여기있는건데에에?!

"카무이?!" -카구라, (-)

카구라와 내가 동시에 그를 부르자 그는 우산을 쓴 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지금 장난해? 오늘 햇빛이 거의 없어서 붕대도 안 감았다.
나는 그 즉시 카무이에게로 다가갔지만 그런 내 팔을 카구라가 잡았다.

"가지 말라, 해. 누님." -카구라

"니가 뭔데 (-) 일에 참견이야?
(-) 스스로 오는건데." -카무이

"그만 좀 싸우고!! 것보다 넌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 제독이라고? 그것도 수배범이라고?
그런데 대낮에 이러고 돌아다니고 싶어?!"

"괜찮아, 괜찮아. 들키면 다 죽이면 되는....." -카무이

"그건 더 안되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다가 할 수 없이 안간힘을 다해
두 사람의 팔을 붙잡고서 인적이 없는 골목 쪽으로 향했다.
둘 다 야토라 그런지 힘이 엄청 세.....!!
나도 쿠로족이긴 하지만, 힘은 야토가 더 세긴 하지....
내가 온 힘을 다해야 겨우 둘을 끌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 생각했다.
해결사. 긴토키가 현재 카무이의 표적이므로 무리.
내가 잠시 자리 비우면 카구라가 덤비겠지.
신센구미. 경찰이라 애초에 무리.
귀병대. 이쪽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사메는 카구라가 못가게 막을테고.
것보다 양쪽에서 잡아당기지 좀 말라고!
아파! 아파아파 아프다고!

"잠깐잠깐, 읏..... 이... 이이상은 나도 무리인...."

그 순간, 내 팔에서 우득하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둘은 그제서야 멈추었고 놀라서는 어쩔 줄을 몰랐다.

"누님-!!! 누님 죽으면 안된다, 해!!" -카구라

"아아, 그렇지. 네가 대신 죽으면 되겠네.
그녀를 이쪽으로 넘겨. 죽기 싫으면." -카무이

이것들은 이 상황에서도 싸움질이냐......
아무래도 어깨가 빠진 듯 하다.

"그만그만, 어깨빠진 건 맞추면 돼.
별로 심한 것도 아니고....큭....!!
자. 됐지? 나 이래뵈도 튼튼하다고."

뭐, 어렸을 때도 타이치의 임무를 나갈 때 종종 있었으니까.....

'......그만.'

더 이상 그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져서 나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위화감을 느꼈다.
응....? 근데 카무이와 카구라는?!

"죽어라, 카무이-!!!" -카구라

"아하핫, 역시 학습능력이 없는 아이구나.
약한 녀석에게 볼일은 없다고, 했을텐데?" -카무이

이리 쾅, 저리 쾅.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또 싸움질이다.
어이, 지금 대낮이라고? 근처에 사람들도 있다고?
나는 우선 사람들을 대피시킨 뒤 둘을 향해 소리쳤다.

"작작 좀 해, 요녀석들아-!!" / "작작 해, 이 정신머리 나간 놈아-!!" -아부토

응......?
잠깐, 내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겹쳤었나?

"아부토 씨!"

뒤를 보니 아부토 씨가 달려와선 혀를 쯧쯧차고 있었다.
아니 그러지 말고 말리라고 이 양반아!

"그러지 말고 좀 말려요!!"

"아가씨 장난해? 남매가 쌍으로 괴물딱지인 녀석들이야.
오히려 말리는 쪽이 죽어." -아부토

확실히.... 하지만 어서 수습하지 않으면 경찰이 올 것이다.
만약 신센구미라도 온다면..... 별로 좋지는 않겠지.

"하아..... 그럼 하나씩 맡아요."

"내 생각엔 제독은 나보다 아가씨 말을 들을 것 같은데.
뭣보다 저 녀석을 말릴 자신이 없거든." -아부토

"그럼 셋 세고 댁은 카구라, 나는 카무이. 됐죠?"

아부토는 한숨을 쉬며 그냥 내가 둘 다 맡으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나는 딱 잘라 말하고서 검을 뽑아들었다.
아부토는 우산으로 어깨를 툭툭 치더니 바로 카구라 쪽으로 갔고,
나도 그 즉시 카무이 쪽으로 갔다.

"카무이-!!"

맞부딫히는 우산과 검. 그 진동에 의해 손이 저려왔다.
동생을 상대로 이 정도로 하고 싶냐, 요녀석아!
라는 말보다는 충격에 의한 찌릿함이 먼저 올라온다.

"비켜, (-)." -카무이

"비키고 자시고 간에,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고!
경찰 온다니까?!"

"그냥 다 죽이면 되는......." -카무이

"그럼 내가 곤란해진다고!!"

결국 신센구미가 와서 체포하려고 하기 전까지 전투는 계속되었다.
그 뒤에 히지카타와 소고가 저 괴물자식이랑 뭔 사이냐며
계속해서 물어와서 곤란해 죽는 줄 알았다.

.......다음에는 카구라랑 산책할 때 카무이를 보면
최대 속력으로 튀어야겠다. 진짜로.

@카구라와 산책 도중 그와 마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