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신청해주신 '히모' 님 감사합니다!]

"요즘 앉아있다보니 몸이 굳은거야, 카무이?"

"너야말로 몸이 굳은 것 같은데~♪" -카무이

오자마자 밥을 먹고 식후운동 삼아 대련 중이다.
확실히 요즘 일이 없어서 움직이지를 않았기에 운동 겸 해서.
카무이는 싸움이라면 거절할 리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나도 나름 즐거워져 둘 다 열이 올랐다.
평소에 힘조절 한답시고 쌓아두던 것들을 푸는, 유일한 시간.

"제독, 아부토 님께서 찾으십니......" -하루사메1

그 때, 아부토의 호출로 카무이를 만나러 온 단원 하나.
한창 싸움을 즐기던 터라 나도 뒤늦게 알아차렸고,
카무이는 신경도 안 쓴다는 눈치였다.
내가 생각하느라 방심한 사이 나는 그쪽으로 몰려버렸다.

'내가 피하면, 뒤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뭐.
예전에 진심으로 서로 싸웠을 때도 죽지는 않았으니.

"컥!" -하루사메1

나는 발로 그 자를 걷어차 옆으로 밀쳐내었다.
좀 아프긴 할 테지만, 지금의 카무이에게 맞으면
나같은 회복능력이 아니고서야 즉사야 즉사.

'빌어먹을.'

내가 검을 들어 막으려 했을 때는, 이미 내 앞을 막은
내 검에 카무이의 발이 와닿은 뒤였다.
순간 검을 쥔 손에 전해지는 저릿한 감각과 굉음과 동시에
머리와 등에 느껴지는 시큰하고도 얼얼한 감각에
나는 눈을 감았다 떠보았다.

"쿨럭....!"

"(-).....? 왜....." -카무이

이 정도인게 다행이라 생각해야겠지.
주륵하고 눈 앞에서 흘러내리는 검은색의 한 줄기의 핏방울.
그리고 아물어가는 자잘한 생채기들.
지겹다. 언제나 봐왔기에 이제는 괴물도 돌연변이도 뭣도
상관없을 만큼 지겨워져버린 능력이다.

"아야야..... 다행히 뇌를 다치지는 않은 것 같네......"

나는 툭툭 털고 일어나 우득우득 관절을 맞추었다.
조금 아프지만, 카무이를 상대로 이 정도면 양호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카무이는 어느덧 내 바로 앞에서
화난 듯 멍한 듯한 애매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상태가 어째 조금 이상한데.......

"카무이? 어이? 여보세요? 들립니까-"

나는 카무이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보였지만
별다른 반응조차 없었다.

"........왜....." -카무이

그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조금씩 입을 움직였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기고 전에,
카무이는 갑자기 초조하고도 무서운 표정으로 내 두 어깨를 세게 쥐고서 말했다.

"왜 안 피한거야!!" -카무이

아파서. 놓아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의 카무이는 무섭게 보이지만,
두 어깨를 쥔 손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초조함의 떨림이었기에.

"나.... 난 괜찮아. 봐, 벌써 아물고 있....."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고작.... 고작 저런 것 때문에....." -카무이

그는 어쩌면 불안했던 걸지도 모른다.

"말해봐! 어서!" -카무이

카무이는 계속해서 내 어깨를 세게 쥐고서 연신 윽박지르다가,
나의 눈동자와 자신이 움켜진 그 어깨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리고서 천천히
손에서 힘을 빼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카무이가 일어나려하자, 나는 떨고있다가 이내
그 떨리는 손으로 일어나려는 카무이의 팔을 낚아채 가지 못하도록 잡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켰다.

@벽에 부딪혀 머리에서 피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