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신스케
또 한 번의 전투가, 끝났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설령 천인들이 항복한다고 할지라도.
설령 이 몸이 부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몇 번이고 그 부수어진 영혼을
부수어진 검을 녹여 다시 만들 듯이 이승에 붙잡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검을 휘둘러 온 것도 꽤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귀신' 이라는 칭호가 생긴 걸지도 모르지.
그렇게 신스케는 생각하며 상처가 난 팔의 붕대를 새로 갈았다.
모두가 지쳐 잠든 그 밤에,
신스케는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잠이 안 오는군..........' -신스케
그렇게 몰래 진영의 천막 안에서 나와
잠시 돌아다니며 내일 어떻게 할지
대충 작전을 세우던 그는,
아까 얼핏들었던 소리를 또 다시 들었다.
"으윽............"
처음에는 누군가의 잠꼬대나 부상병들이 잠결에 신음하는
소리라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높은 목소리.
남성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에
신스케는 급하게 그쪽으로 향했다.
설마. 아니, 분명하다. 이 근처에 여자가 있을리 없다.
"크으......죽겠네......."
역시-
그리고 신스케는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나무에 기댄 채 궁시렁거리는 그녀가 있었다.
너는 언제나 아파도 내색하지 않았다.
빨리 낫는 네 몸 때문일까.
그 모든 특징마저 숨죽이듯 감추며 살고있다.
그런데 왜일까.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피.
내상? 신스케는 눈을 크게 뜨고서 그쪽으로 향했다.
"너.......?!" -신스케
신스케가 놀라 다가가자 그녀는 그 목소리를 듣고서 움찔했다.
신스케가 손을 뻗으려하자 손을 쳐냈다.
그 쳐내는 손에 연기가 일렁인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신스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다시 손을 뻗을 뿐이었다.
"건드리지마.......!!"
그녀가 겁먹은 듯 손을 쳐내자 신스케가 다시 괜찮냐며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매섭게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보호의 눈이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눈이 아닌 그를 보호하려는 듯한.
겁먹은 듯한 그런 눈으로 노려보던 그녀는 이내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제발 좀 내버려둬.......!"
"그렇지만 너...... 각혈에 오한......." -신스케
신스케가 아무리 윽박을 질러도 그녀는 하루있으면
전부 나아진다고, 각혈도 몸안의 고인피를 내보내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렇게나 강하구나. 의지라는 것은.
선생님, 당신이라는 사람 하나를 위해 이렇게
어린 녀석들마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은 슬픈 미소를 짓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너는 언제나 우리의 무게마저 짊어지려했다.
우리가,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너는 왜 아직 가만히 있는것이냐.
다시 무엇을 잃을지도 모르는다는 그 두려움에서
대체 언제쯤 헤어나올 생각이냔 말이다.
육체가 사로잡혀서, 영혼까지 포기했다면.
그렇다면 내가 먼저 그 영혼을. 그림자를 걷어낼터이니.
"지금 상황에선 그 누구도 내게 뭘 해줄순 없어......."
그 말에 신스케의 미간이 좁혀졌다.
너는 나에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네 녀석이 그래왔듯, 소중한 것을
지켜주려 노력하고는 있다만.....
왜. 왜 너는 아직 믿질 못하는거냐.
"그럼 네가 밤새도록 괴로워하는 걸
그냥 지켜보라 이거냐....?!" -신스케
이제 우리들은 나약하지 않아.
강한 영혼을 가진, 사무라이다.
이 이상 고집을 부리는 것은 용납못하지만,
그 만큼 나도 고집은 있을대로 없을 대로 부렸으니.
나 원, 나나 이 녀석이나 할 말이 없군.
그는 말없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뒤쪽에 앉았다.
신스케는 혀를 차더니 이내 필요한게 없냐 물었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서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자 신스케는 그 옆에 앉더니 이내 말했다.
"옆에 있어주는 건, 해줄 수 있어." -신스케
그 말에 약간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서 잠이나 자."
"난 내가 알아서 한다. 너도 네가 알아서 해." -신스케
그녀는 힐끔 그를 보더니 이내 그대로 무릎을 세워 앉고서
두 팔을 무릎사이에 걸치고서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잘 자."
"아아, 그러던지." -신스케
혼자서는 무서운 밤이니까. 일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동료들을 눈앞에서 잃고, 그 누구도 모르는
괴로움에 사로잡혀 혼자서 이 밤을 새우는 것은, 무서울테니까.
그것을 아는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옆에 있어주었다.
머리를 살짝 손으로 끌어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는
그의 행동에 잠들기 직전 감은 그녀의 눈에서
조금이지만 물방울이 보인 듯 했다.
:심장이 시리도록 아픈 밤, 혼자가 아닌 둘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