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질퍽질퍽거리는 비에 젖은 흙탕물 소리가 뒷골목에 울려퍼진다.
그 뒷골목에서, 검정색의 유카타를 허벅지의 절반까지 자른 옷에
밑에는 딱 달라붙는 하얀색 바지를 입고선,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긴 검은색 유카타를 외투처럼 뒤집어 쓴
온통 검은색인 여자가 달리고 있었다.

"놓치지 마라!" -신센구미 1

그런 그녀의 뒤를 쫓는 또 다른 검정 제복의 남자들
그렇다. 폐도령이 내려졌지만 칼을 가지고 다니는 그들은, 바로 경찰.신센구미(진선조)였다.

"젠장.....놓친건가." -히지카타

젠장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담배의 라이터를
건들여보지만
비 때문인지 불이 잘 붙지 않아 짜증을 내는
검정머리의 남자.
신센구미의 부장인 그는 현재 살인죄를 저지른 자를 쫓고있다.
그렇게 짜증을 내는 그의 옆에 조금 어려보이는 소년이 와선 시비를 걸었다.

"히지카타씨가 느려서 그런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참에 늙었겠다,
부장자리는 저 주시고 영원히 쉬세요.
제가 직접 장례는 잘 치뤄드릴게요." -소고

"넌 좀 닥치고 있어라, 소고."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담배를 피우려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서 다시 부하들을 추스렸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그 검정색 유카타를 입은 자를 쫓았다.
그러던 도중, 소고는 히지카타에게 물었다.

"그런데 히지카타씨, 진짜 그 사람 혼자서 그 일을
전부 저지른 걸까요?" -소고

"아아, 아마 그런 모양이야.
그 자, 아마 여기 사람이 아닐거야.
폐도령이 내려진 지가 언젠데, 진검을 차고 있었어.
게다가 그 칼에 묻은 피가 증거다." -히지카타

사실 그 자를 쫓는 이유는 그 자가 살인범이기 때문이다.
근처 항구에서 스무명 가량을 전부 칼로 베어 죽인 뒤 도망치는 도주범.
어쩌다가 신고가 들어와 현재 추격 중이다.

"그렇지만 우리를 공격하려던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죠." -소고

"그래. 그 때 죽인 녀석들도 마약 밀매범들이었으니 죽어도 싸.
하지만 살인은 엄연한 범죄다." -히지카타

"그런가요." -소고

그렇게 얼마나 쫓았을까. 뒷골목의 끝에 다다랐을 때 쯤,
그 자는 담에 가로막혀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히지카타는 나지막히 말했다.

"찾았다."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그대로 검을 뽑아들고서
그 자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신센구미다.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히지카타

그 자는 다른 이들을 죽인 뒤라 그런지
죽인자들의 피를 옷에 묻히고 있었다.
비 때문에 피 얼룩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아..........."

그 자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이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방금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자인 듯 했다.
조금 이상했다. 공격해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매우 곤란한 표정이었다.

"히지카타씨- 큰소리 의기양양하시더니 여자라고 봐주는건가요?" -소고

소고가 비꼬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화를 냈고,
그 여자는 그 말을 듣고 잠시 흠칫했다.
히지카타는 진정하고서 그 여자에게 말했다.

"어이, 순순히 따라와." -히지카타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서서히 신센구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히지카타는 계속되는 위화감과 이상한 느낌에 미간을 조금 좁혔다.

'이상한데.....왠지 아는 듯한......'

히지카타는 속으론 자신도 의아하게 여겼다.
왠지 모르게 누군가와 비슷한 느낌. 그는 그래서인지 망설였다.
그 때, 그녀가 떨리는 입술을 살짝 벌려 말했다.

"히지카.........."

그러던 그 순간.

"커헉.......!"

뒷골목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어이! 뭐하는거냐!" -히지카타

부하 중 한 명이 실수로 발포대기 중이다가 방아쇠를 당긴 모양이었다.
그녀는 옆구리에 총알이 스쳐 피가 났다.
바닥에 떨어진 피가, 빗물과 섞여 비릿한 냄새를 비를 타고 전했다.

"크윽........"

그녀는 괴로운 듯 잠시 비틀거리더니 이내 일어서선 한 번의 점프로
그 높은 담을 훌쩍 넘어가 도망가버렸다.
인간의 수준이 아닌데도, 다들 총을 쏜 대원에게
시선이 향한 탓에 보지 못한 듯 했다.

"이런 바보같은 자식! 기다리랬잖아!" -히지카타

"죄...죄송합니다, 부장님!" -대원1

부하의 멱살을 잡고 호통을 치는 히지카타의 등을 소고가 쿡쿡 찔렀다.
히지카타는 기분이 나빠져서 버럭 화를 냈다.

"하아?! 왜!"

소고는 그러더니 그 손가락으로 그 여자가 있던 바닥을 가리켰다.

"............이거 보세요." -소고

그녀가 있던 자리에 떨어져있는 피.
히지카타는 부하의 멱살을 살며시 놓고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살펴보았다.

"이건.......분명 피인데......" -히지카타

냄새도, 감촉도 피가 맞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여자........ 설마....... " -히지카타

"곤도씨가 분명, 그 종족은 멸족이랬죠...." -소고

그 피는, 그녀의 유카타와 머리색과 같은 검정색이었다는 것.

" .......(-) 누님을, 제외하고." -소고

히지카타는 갑자기 다급해져서는 모두에게 외쳤다.

"멀리 못 갔을거다. 쫓아!" -히지카타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감도는 빗줄기 속에,
비릿한 피냄새를 타고 불안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