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신청해주신 익명의 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벌써 나갔나........"
신센구미에 왔는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일이 있어서 나간 것 같다.
쳇. 꽤나 오랜만에 와서 같이 먹으려고 간식거리도 사왔는데.
그렇게 풀이 죽어 나는 다시 툇마루를 지나 둔영 입구로 향했다.
그러던 그 때, 귀에 들려오는 거슬리는 목소리.
"그 여자 뭐야?" -신센구미1
꽤나 짜증실린 억양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대원인가.
나는 기둥 뒤에 숨었.... 잠깐. 엿듣는 것 같잖아.
무슨 잘못도 안했는데 왜 숨는거냐, 나!
"아무리 친분이 있다지만, 둔영에 막 들어오고." -신센구미1
"왜 선임이나 1번대 대장님이 그 여자를 누님 대접해줘야하는거지?
공무원이 장난으로 보이나......" -신센구미2
"저번엔 부장님 방에 몰래 들어갔지, 아마?
할복감인데도 그냥 넘어가드만." -신센구미1
.......어쩐지 팍 느낌이 오더라. 내 얘기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은 신입인 듯 싶다.
내가 아는 얼굴이 아냐. 전의 도장 사람들도 아니다.
계속되는 말들에 나는 그저 기둥에 기댄 채 고개를 떨굴 뿐.
하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돕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것.
그것도 죄라고 할 수 있는거야?
'할 거면 안 들키게 조용히 하던가......'
신경이 쓰여 나는 눈을 딱 감아버렸다.
괜찮아. 맞는 말이니까. 그냥 듣지 말아버리면 돼.
마음 같아서 지미 주려고 사온 단팥빵 저 자식들 얼굴에
스파킹해서 확 그냥 기절시키고 싶다.
그렇게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가려던 그 때,
더욱 거슬리는 얘기가 들려왔다.
"듣자하니, 양이지사 였다면서?
그것도 정예부대 대장이라던데." -신센구미2
"게다가 멸족한 천인의 마지막이라고 저번 서류에서 봤어.
천인이 양이사상을 배우는게 말이 돼?
정말........" -신센구미1
나는 그 말에 발걸음을 딱 멈추었다.
내가 멸족한 쿠로족의 마지막이라는 걸 안다.
그건 분명 기밀서류일텐데. 저자식들, 글러먹었다.
더 짜증나는 것은 그 분을 모욕했다.
양이사상만 배운게 아냐.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 분의 것.
그리고 내가 알게 된 마음이라는 것도 감정도 전부 그 분.
쇼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
그런데. 나도 모자라 그 분까지....?
게다가 신입주제에 서류에 손을 대....?
"말로는 부장님이랑 호각이라던데, 헛소문일걸?" -신센구미1
"어이, 만약 그러면 나도 부장했겠네." -신센구미2
나는 곧바로 내 최대 속력을 내어 녀석들의 뒤까지 단숨에 갔다.
순간 이는 바람에 둘은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그런 표정 지을 건 오히려 나라고, 요녀석들아!!
"신센구미 법에는, 직위가 높은 사람에겐
깍듯이 대해야 한다는 거 몰라?"
"괴.... 괴물......!" -신센구미1
나는 그 말에 눈을 번쩍 떴다.
이래서 내가 싸울 때 빼고는 쿠로의 속도를 내지 않는거야.
그런데 그거 아냐? 너희 말대로 이런 괴물인 나보다도,
서슴없이 그런 말을 지껄이는 너희들이 더 역겨워.
"너 따위가, 그 녀석을 이길꺼라 생각해?
그 전에 나부터 이기고 말하지?
나 이기면 바로 국장급일텐데."
"이 년이 어디서 허세야.....!" -신센구미2
어차피 한낱 대원주제에 기밀서류에 손을 대고,
모두 출동했는데 이러고 있는 것 만으로도 할복감이다.
그냥 이대로 아작을 내버릴까.
"신센구미는, 옛 도장 시절부터 계속되어 오고있다.
그 중에는 내 후배도 있어.
너희들 같은 나사빠진 신입들과 견줄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나는."
나는 내 검을 검집에서 뽑지도 않고서
녀석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뽑아라. 직접 교육시켜줄테니."
녀석들은 이미 자신들이 할복감이라는 것을 안 건지
검을 뽑아들었다. 나는 검을 뽑지도 않은 채 녀석들을 보았다.
"검을 뽑아라! 무시하는거냐!" -신센구미2
뽑을 필요도 없을만큼 한심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