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신청해주신 바가지머리 님 감사합니다!]

"나 참..... 하필 비가 내릴게 뭐람."

하루종일 집에 있었더니 찌뿌둥해서 산책을 나왔더니,
이게 뭐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몸이 뻐근했던 건 집에만 있어서가 아니라
곧 비가 오려 했기 때문인 듯 하다.

"지금 긴토키 어제 술 먹고 들어와서 퍼질러 자겠지.
어떻게 돌아간담......"

결국 나는 한 문을 닫은 상점의 천막 아래에 쭈그려 앉은 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래봤다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는, 않지만.

"으으..... 비 오니까 졸려......."

물이 근처에 가득하니까 기운도 빠지고 잠도 온다.
으음, 그냥 뛰어갈까. 너무 많이 맞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어릴 때 보단 비에 내성이 생긴 데다가, 원래 살던 곳의 비 보단
지구의 비가 덜 독하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 그럼 하나..... 둘......"

"셋." -소고

"우와아악?!"

갑자기 내 옆에 나타나선 마지막 카운트를 세는 소고.
얘는 대체 언제 온 거야?! 내가 놀라서 뒷걸음질치다가
천막 밖으로 나가 비를 맞자 소고가 재빨리 끌어당겼다.

"하여간. 그러다가 골로 갑니다, 누님?" -소고

"도와줄거면 도와주기만 하면 되지 꼭 그런 말을 하고 싶냐!!"

나는 툴툴대며 옷과 머리의 물을 털어내었다.
소고는 어디서 난 건지 하얀 손수건 하나를 건넸고
나는 그것으로 물기를 마저 닦았다.

"여기서 뭐해?"

"보면 모릅니까. 땡땡이요." -소고

"넌 그걸 그렇게 자랑스럽게 얘기 하냐."

나는 소고의 머리에 꿀밤을 살짝 먹였다.
소고는 쳇하고 혀를 차다가 자신의 손의 들려있던
우산을 펼쳤다.

"너 우산 있었어?"

"당연하죠. 오늘 일기예보 누나가 비온다고 했는데." -소고

"미안하다 일기예보 누나랑 안 친해서."

내가 입이 삐죽 나와 투덜대자 소고가 내 입을 꾹꾹 누르며
괜찮이으니까 삐지지 말라고 말했다.
말로 해결되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냐고, 요녀석아!
아, 맞다. 이 녀석 경찰이지. 젠장.....

"뭐해요?"

"뭐하긴. 비 그치는 거 기다린다."

"그게 아니라.....
누님 예나 지금이나 눈치없는 건 여전하시군요." -소고

"야, 너 말 다 했......!!"

내가 뭐라 따지기도 전에 소고는 내 팔을 잡아당긴 뒤
어깨를 한 팔로 끌어안아 우산 안으로 들였다.
내가 뚱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S의 미소로 피식 웃는 그다.

"........얄미운 녀석."

"언제는 안 그랬나요, 뭐.
가시죠. 바래다 드릴게요.
이 비,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으니까." -소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소고는 내 어깨를 끌어안은 팔로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소고, 이거 불편한데."

"가만히 계세요. 비에 젖는다구요?" -소고

"일부러 작은 우산 들고 온 건 아니고?"

"..............." -소고

".........왜 말을 못 해."

"설마요. 그냥 있는 걸 집어온 것 뿐입니다." -소고

하도 많이 속았더니 당최 믿지를 못하겠구만.
그나저나 비가 내려서 그런지 조금 쌀쌀하다.
원래 입은 옷 위에 유카타를 하나 더 걸치길 잘했다.

"음?"

그렇게 소고와 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던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한 장면.

"왜 그러세요, 누님?" -소고

"저기........"

내 손가락의 끝이 가리키는 곳은, 한 골목의 담벼락 아래.
그곳에선 어떤 7살 정도로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추위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비에 젖은 걸까. 추워보였다.

"아이네요. 길을 잃었나......" -소고

"..............."

나는 그 아이를 보고서 몸이 멋대로 그쪽으로 향했다.

"누님......?" -소고

멋대로 가버리는 내가 비에 젖지 않게 바짝 따라오는 소고.
닮았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처음 혼자였을 때 비를 맞고서 추위에 몸을 움츠린 채
다가오는 자들을 죽였던 그 때의 나 같아서.

"누구......?" -아이

나는 그런 아이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엄마는?"

"아파서.... 집에.
약 사러 나왔는데 어쩌지......" -아이

다행이다. 엄마가 있는 아이였구나.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내가 걸치고 있던 유카타를 벗어
그 아이에게 걸쳐주었다.

"집, 멀어?"

내 말에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여기서 5분......." -아이

나는 그 말을 듣고 소고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고도 대충 무슨 뜻인지 안건지 알겠다고는 했지만
꽤나 귀찮은 표정이었다.
그러던 그 때, 그 아이가 말했다.

"언니. 저 오빠 언니 애인이야?" -아이

난데없이 그런 건 왜 묻니.

"응? 아니아니. 아냐. 그냥 친한 동......"

내가 대답을 끝마치기도 전에 소고가 그 아이를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우산을 다시 제대로 들었다.

"그래. 그러니까 아빠 해봐.
저 언니한텐 엄마라 하고." -소고

"애 한테 뭘 가르치는거야, 너!"

"예행연습이요." -소고

"이상한 소리 말고 출발해!!"

그 아이는 소고 말대로 정말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소고와 연인으로 오해받다